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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야기/뜨거운 감자-일반

'88만원 세대'의 비망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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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정현진엔터웨이파트너스 컨설턴트][[경력관리 A to Z]사소한 것에서 가치를 찾길]

지난 한 해 크게 화제가 되었던 것 중 하나는 바로 '88만원 세대'이다. '88만원 세대'란 20대 가운데 상위 5%를 제외한 나머지 중 대부분이 월평균 임금 88만원의 비정규직 노동자로 전략할 것이라는 경고를 담은 조어이다.

여기서 88만원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평균임금 119만원에 20대의 전체 평균 소득비율 74%를 곱해 추산한 금액이다. 이 '88만원 세대'라는 말은 공교롭게도 88년도 이후 출생한 인구를 기점으로 암담한 이 시대의 20대를 일컬으며 씁쓸함을 자아내고 있다.

 

비단 이러한 현상은 한국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얼마 전 신문에 보니 이탈리아의 '1000유로 세대(Generazion 1000 Euro)', 영국의 '저비용 세대(Generation Low Cost)', 일본에는 독립하지 않고 부모에게 얹혀사는 '패러사이트 싱글(Parasite Single)' 과 아르바이트로 연명하는 '프리터(Freeter, Free+Arbeiter)족'이 대두되고 있다고 한다. 각기 문화는 다르지만 그 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20대의 본질적인 문제는 같게 나타나고 있다.

 

'88만원 세대'는 단순히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데서 다시 한번 그 문제점을 찾아볼 수 있다. 개성이 뚜렷하고 자기 주장이 강한 반면 사회문제 및 현상을 바라보는 데는 지극히 수동적인 세대라는 오명을 쓴 지금의 20대가 주입식 교육 속에 자라던 10대 때에는 외환위기를 겪었고, 고용안정화와 향후 고령화 문제까지 그들은 때아닌 `삼재(三災)`를 겪으며 사회적 현상의 연속성에 기반하여 이러한 문제들을 평생 안고 살아가야 하는 비운의 주인공인지도 모르겠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직업상, 갈수록 눈이 높아지는 기업들의 니즈를 만족시키기 위해 항상 소위 말하는 '하이 스펙(High Spec)'의 이력들을 쫓으면서도, 또 한편으론 지금의 '88만원 세대'현상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문득 이들이 주도할 시기에 헤드헌팅 시장의 모습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이 시대는 갈수록 양극화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는 지경에 놓여있고, 그것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은 마치 누군가는 낙오됨을 예고한 채 서로가 서로를 넘고 넘어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 떼를 연상케 한다. 그런 생각 속에서 그들의 젊음이 서글퍼진다.

그러면서 선택 받을 기회가 많은 상위 소수에게 과잉 경쟁에서 이기는 방법을 말하기보다는 90%에 달하는 다수의 '88만원 세대'에게 위로를 보내는 마음을 담고 싶다. 그 누구도 문제제기 외에는 이렇다 할 해결책을 제시해주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지만, 결국 삶의 주체인 본인이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임은 자명한 일이다.

 

프랑스의 시인 폴 발레리는 이런 말을 했다. "당신은 당신이 생각하는 대로 살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당신은 머지않아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비정규직의 확대 문제는 사회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것으로 차기 정권의 숙제로 남아있지만, 그 이전에 '88만원 세대' 당사자들은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 고자세로 일관하기보다 점진적으로 문제를 극복해 나가는 단계의 과정을 밟길, 그리고 매 순간에 충실하길 권한다.

 

그리하여 사소하고 남들이 피하는 것들 중에도 본받을 지혜와 존재가치가 있다는 걸 느끼자. 또 `세상엔 어느 하나도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는 간단한 진리를 다시 한 번 깨닫고 젊은이들이 자의와 타의에 의해 안고 있는 오명과 편견에서 벗어나 다시 시작하는 2008년을 맞이했으면 좋겠다.

'88만원 세대'들이여, 당신들이 가진 에너지를 보다 능동적이고 긍정적인 사고를 하는데 쓰자. 그리고 축 쳐진 어깨를 펴고 자신만의 당당한 삶을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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