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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 꾸러미/미스테리 이야기

2012년? 다시 노스트라다무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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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 예언서 로마서 발견됐다는데…
실은 진정한 예언은 “뿌린 대로 거두리로다”일뿐
저 ‘잘 난 사람들 모습’이 바로 ‘우리 지구 미래’



이미 끝장난 것으로 알았던 노스트라다무스가 외신에 다시 등장했다. 실은 노스트라다무스가 지구가 멸망할 해를 1999년이라고 예언한게 아니라 2012년이라고 예언했다는 소식이 새로 전해지고 있다. 2012년 종말을 기술한 예언서가 로마에서 발견됐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상영 중인 영화 <나는 전설이다>(내 보기엔 아직도 건재한 윌 스미스의 육체미 외에 별 ‘전설’은 안보이더만)에서도 2012년을 인류 멸망의 위기의 해로 설정했다.(노스트라다무스+영화사+종교 셋 합작품?)

종말이란 늘 새날과 함께 설정돼 있다. 기독교에서 종말이란 예수의 재림이다. 심판 받는 자에겐 종말이지만 구원 받는 자에겐 새 하늘이 열리는 날이다. 우리의 민간 신앙에서도 선천 시대가 끝나고 후천 시대가 열린다는 개벽론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격암유록 비결에 나오는 소두무족(小頭無足)은 핵무기?


더구나 시도 때도 없이 ‘난리’를 만났던 이 땅의 사람들에겐 다시 그 ‘난리’를 만난다는 것은 두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격암유록>과 같은 비결엔 말세와 같은 큰 재난과 함께 살 길의 비방도 함께 적어 두었다고 한다. (병자)호란엔 ‘가하지’(家下止), (임진)왜란엔 ‘송하지’(宋下止)가 살아날 곳이라고 했다. 그래서 병자호란엔 가만히 집에 머물러 있는 사람은 살아났는데, 겨울에 피난을 떠났던 사람들의 상당수가 얼어죽고 굶어죽고 청나라군에게 잡혀죽는 변을 당했다고 한다. 임진왜란 때는 소나무 아래가 살길이었다고 했단다. 소문인 즉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조선 정벌을 앞두고 일본의 무속인들을 불러다가 점을 쳐봤다니, “이름에 ‘송’(宋·소나무)자가 들어간 것을 피하라”고 하니, 토요토미 히데요시는 왜군들에게 “‘송’자가 들어있는 마을엔 들어가지 말라”고 엄명을 내렸다고 한다. 실은 일본의 무속인들은 명나라 “‘이여송’을 피하라”고 한 것인데,토요토미 히데요시는 그렇게 명령을 내렸고, 왜군들은 ‘송’자가 들어있는 마을을 피해가니, 소나무가 있는 마을은 대부분 이름에 송자가 들어있어서 무사했다는 것이다.

비결에선 앞으로 난리로 인간들을 쓸어버릴 것은 소두무족(小頭無足)인데, 삼인일석(三人一夕)이라야 살고, 도하지(都下止 또는 道下止)가 살 곳이라고 했다. 이 암호 같은 문구에 대해 후세 사람들은 ‘소두무족’을 ‘화’(火)로 또는 핵무기나 귀신, 질병 등으로 해석한다. 그리고 三人一夕을 합한 글자가 수(修·닦을 수)이니, 다음의 겁난은 ‘마음을 닦아야’ 살아난다거나 道下止를 들어 도(道) 닦은 사람만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특히 어떤 종교단체들은 이름에 도(道)가 들어있으니 자기 종교에 들어와야만 그 겁난을 피할 수 있다는 선전문구로 이를 활용한다.

문자적으로 보면 오류가 분명한 예언이 어디 성서 뿐이랴



어찌됐던 많은 예언가들이 인류의 종말로 2012년을 꼽는다는데, 2012년이면 이제 4년 뒤다. 4년 뒤에 인생을 쫑 내기엔 서운한 중생들이 어디 나뿐이랴. 더구나 종교들은 하나같이 짠 것처럼 구원 받는 대상자들을 낙타가 바늘귀 통과하는 것만큼이나 ‘소수’에만 국한시켜 놓았으니, 오직 자기만은 구원받을 것이라고 종말이 오기 전에 벌써부터 헤롱헤롱 하는 광신자들 외에 정신 말짱한 대다수의 지구인들이 답답할 노릇이다.(종말론이 노리는 것이 바로 이것 아닌가!)

그런데 정말 답답해졌다가도 인류 최대의 베스트셀러인 성서를 잘 읽어보면 답답함이 어느 정도 가실 수 있다. 성서는 심판의 날인 종말과 함께 예수의 재림을 그린 구절로 이어지고 있다.
“예수께서 또 말씀하셨다. 나는 분명히 말한다. 여기 서 있는 사람들 중에는 죽기 전에 하느님 나라가 권능을 떨치며 오는 것을 볼 사람들도 있다”(마르코복음 9,1).
“진실로 말하거니와 여기 서 있는 사람들 중에는 죽기 전에 하느님 나라를 볼 사람들도 있다”(루가복음 9,27).
“나는 분명히 말한다. 여기 서 있는 사람들 중에는 죽기 전에 사람의 아들이 자기 나라에 임금으로 오는 것을 볼 사람도 있다”(마태오복음 16,28).
“정말 잘 들어 두어라. 때가 오면 죽은 이들이 하느님의 아들의 음성을 들을 것이며 그 음성을 들은 이들은 살아날 터인데 바로 지금이 그 때이다.”(요한복음 5,25).

문자적으로 보면 오류가 분명한 예언이 어디 성서 뿐이랴. 몇 년 전엔 150년 전 도인이라는 송하도인이 썼다는 <송하비결>을 들어 한반도에서 2004년 핵전쟁이 터진다는 설이 그럴듯하게 유포되기도 했다. 사실 그 때 미국이 영변 폭격을 꾀해서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으로 치닫기는 했지만 핵전쟁은 없었다.
지금까지 ‘지구 멸망’에 대한 예언은 확률 제로다.(지구는 안망했으니까) 그래서 나는 예언한다.
“2012년에도 지구는 안망한다.”
이 예언을 믿는다면, 앞으로 4년도 걱정 없이 살테니, 너도 좋고, 나도 좋고, 만약 2012년에 지구가 망해버리면 너도 죽고, 나도 죽을테니 누가 내 예언을 시비할 것인가. (이래도 저래도 걱정할 게 없네)



이 글을 여기서 끝맺으면 너도 좋고 나도 좋을텐데.그러나 어이하랴 어이하랴. 실은 진정한 예언은 “뿌린대로 거두리로다”인 것을.


오직 자신의 부 외에 지구와 타인에 대한 배려는 없는 사람들


우리의 종말을 가져오고 있는 사람들은 저 아마존 정글 속의 식인종이 아니라 워싱턴에서 단추 하나로 지구를 멸망시켜버릴 수 있는 사람들, 지금 이 시대에도 궁상 맞게 굶주리는 저 검고 못난 사람들이 아니라 지구인 100명 가운데 70명이 굶거나 영양 부족 상태에 있는데도 비만 치료를 받아할 만큼 먹어치우는 선진국의 15명의 잘난 사람들, 지구 에너지의 80%를 물쓰듯 써버리는 잘난 20%의 사람들, 40억년 동안 조상들이 슬로우 슬로우한 삶으로 아끼고 축적해둔 자원을 불과 수십년만에 거덜내고 있는 소비의 미학 예찬자들, 그런데도 오늘도 오직 자신만을 위한 개발만을 부르짖는 더 잘나가고 싶은 사람들, 온갖 성장제와 호르몬제와 항생제를 넣은 축산물과 유전 조작 식품의 양산으로 인간의 몸과 정신을 괴물화시키고 있는 잘 나가는 기업농들, 저 후진국 못 사는 사람들의 희생의 대가로 오늘도 지구가 안 망하고 지탱되는 것을 간과한 채 오직 그들을 무시하고 짓밟고 이용하며 오늘도 오직 자신의 부 외에 지구와 타인에 대한 배려는 없는 잘난 사람들….

지금 우리 시대를 이끌어가고 있는 저 ‘잘 난 사람들의 모습’이 바로 ‘우리 지구의 미래’인 것을.



조현 한겨레 종교전문기자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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