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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성인' 존 보글, 개미를 위한 '독한 충고'
세계 펀드업계의 전설, 존 보글(John Bogle·78). 워런 버핏과 함께 20세기 세계 4대 투자 거장에 꼽히며(포천지·1999년), 지금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대 인물(타임지·2004년) 가운데 한 명인 그는 조심스러웠다.
"요즘은 하루에 주가가 2%이상 요동친 날이 15일이나 됩니다. 10일간 떨어지고, 5일간 오르는 식이죠. 전례 없는 일입니다. 이것은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어요. 주식시장에서는 어떤 일이든지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죠."
그의 시각은 늘 시장보다는 실물에 고정돼 있다. 그는 현재 금융시장의 동요가 1987년 '블랙먼데이(Black Monday)' 식 금융교란이 아니라, 비즈니스의 침체를 부르는 경기둔화로 이어질까봐 우려했다. 20대부터 월가(街)에서 잔뼈가 굵은 그는 이제 80세를 바라보는 고령이지만, 인터뷰 내내 쉴 새 없이 숫자를 갖다 댔다. 경기침체의 가능성 역시 숫자로 말했다. "미국 경제가 경기침체를 맞을 가능성을 75%로 봅니다."
하지만 그는 단기 전망을 거부했다. "올해 투자 환경이 어떻겠느냐"고 묻자, 그는 즉각 "오직 바보(fool)만이 연간 전망을 한다"고 말했다. "주식시장은 결국 장기적으로 기업의 배당수익률과 이익성장률에 의해 결정될 뿐"이라며, "내년에 비가 올지, 아니면 햇볕이 쬘지 도박(bet)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그렇지만 그는 세계 주식시장이 크게 흐름을 바꿀 때 예측을 했었고, 그 예측은 맞아왔다. 닷컴 주식이 하늘을 날던 2000년 초,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주식시장이 올해 힘든 시기를 맞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약세와 비관으로 주식시장이 바닥에 있던 2002년 10월에는 "지금 주식을 던지는 것은 매우 바보 같은 일"이라고 단언했고, 그 이후 주식시장은 큰 상승곡선을 그렸다. 그는 현재 주식시장을 "많지 않은(modest) 수익을 올리는 시기에 들어섰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건전한 투자자라면, 그대로 있으라"
극도로 예민한 현재의 금융환경에서, 그렇다면 개인들은 어떤 투자를 해야 하는가? 그의 대답은 분명했다. 당신이 건전한 투자자라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채권과 주식을 적절히 나눠서 투자하고 있는 투자자들은 지금 하던 대로 계속하면 됩니다. 주식시장을 들락거릴 이유가 없어요."
그는 건전한 투자를 "나이가 들었으면 채권 투자 비율을 높이고, 젊으면 주식 비율을 높게 가져가는 분산된 투자"라고 정의했다. 그는 단기적 이득을 노리는 투기적 성향을 경계했다. "미국 주식시장에서 주식을 들고 있는 사람 중에는 투기꾼(speculator)이 많습니다. 내가 만약 투기적으로 자산을 굴리고 있다면, 당장 주식시장에서 빠져나오겠습니다. 하지만 나는 투기꾼에게는 조언을 하지 않죠."
그의 투자 세계는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과 닮았다. 워런 버핏은 "월스트리트는 거래가 있어야 돈을 벌지만, 투자자는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을 때 돈을 번다"고 했다. '회전'하지 말고 '보유'할 것을 강조하는 투자철학을 보글은 확률로 설명했다.
"주식시장을 빠져나가려면 최소한 두 번을 맞춰야 합니다. 예를 들어 지금 빠져나간 뒤 주식이 15% 혹은 20% 내렸다고 보죠. 그러면 이 상황에서는 무서워서 다시 들어오기 힘들어요. 주식시장이 방향을 틀 때마다 6~7번씩 타이밍을 맞추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누구도 그걸 할 수는 없습니다."
그는 투자를 할 때 두 가지 'e'를 주의하라고 당부한다. 하나는 감정(emotion)이고, 다른 하나는 비용(expense)이다. 초과 수익을 올리려는 탐욕과 투자에 따르는 비용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물었다. "시장평균 수익률이 8%라고 할 때, 보통 사람들이 얼마나 투자수익을 낼 것 같습니까?" "맞아요. 8%입니다. 하지만 시장에서 투자를 하려면 보통 연간 2~2.5%의 비용이 들죠. 다시 말해 주식시장은 투자비용을 빼기 전엔 '제로섬 게임'이고, 투자비용을 빼고 나면 '지는 게임(loser's game)'입니다."
그도 인정하는 예외가 있다. "워런 버핏은 '운(運)일까, 기술(skill)일까?" 이렇게 자문한 뒤, 그는 자답했다. "기술이죠. 그는 투자비용을 극히 낮게 유지하고, 세금을 절약하고, 장기적으로 능수능란하게 주식을 선택하죠." 하지만 '제2의 워런버핏'은? "몇 년 전 그렇게 불렸던 레그 메이슨(Legg Mason) 펀드의 빌 밀러(Miller)는 올해 10%를 잃었죠. 그가 손실을 만회하고 올라올까요? 알 수 없죠."
■"현재 펀드산업은 '투자'가 아니라 '투기'"
월스트리트는 존 보글에게 '성인(聖人) 존(St. John)'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투자자를 보호하려는 그의 철학을 존경하기 때문이다.
존 보글은 1974년 세계적 자산운용사인 뱅가드그룹을 설립하고, 이듬해인 1975년엔 세계 최초의 인덱스펀드인 '뱅가드 500 인덱스펀드'를 개발했다. 인덱스펀드는 전체 주가지수를 따라가도록 펀드를 구성, 개인 투자자들이 아주 적은 비용으로 나라 안의 상장주식을 골고루 보유할 수 있도록 한 펀드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새뮤얼슨은 "존 보글의 인덱스펀드 개발은 바퀴와 알파벳 발명만큼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보글은 인덱스펀드를 출시하면서, 투자자를 위해 최초로 판매 수수료도 없앴다. 이 펀드는 매년 30%의 이익을 내면서 투자자들에게 큰 이익을 안겼다. 그가 1996년까지 CEO로 재직한 뱅가드그룹은 120개가 넘는 펀드 상품에 1조 달러에 이르는 자금을 굴리는 세계 2대 자산운용사로 성장했다.
현재 보글 금융시장연구센터의 대표로 활동 중인 그는, 바로 그가 낳고 키운 펀드업계를 향해 '독한 소리'를 쏟아낸다.
"펀드산업은 이제 투자자의 재산을 돌보는 관리자정신(stewardship)이 아니라 세일즈맨정신(salesmanship)에 기초하고 있어요. 온갖 새로운 펀드를 만들어내며 고수익을 올린다고 선전하죠. 이것은 투자가 아니라 투기입니다."
Weekly BIZ는 철학자의 냄새가 나는 이 투자가를 지난해 말 전화로 인터뷰했다. '월가의 성인'이 들려주는 투자의 지혜를 소개한다.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지면, 미국 언론은 앞다퉈 마이크를 존 보글과 연결한다. 그는 두려움으로 양떼처럼 몰려다니는 시장 참가자들에게 찬물을 끼얹는다. 광기와 패닉으로 출렁이는 시장의 요동을 체로 걸러내는 그의 철학은 '상식'이다. 그는 인터뷰를 하는 동안 이 상식을 확률과 사례로 풀어냈다. 인터뷰는 지난해 말 진행됐지만, 독자의 편의를 위해 시제를 올해로 바꿔서 전달한다.
■"유가와 달러 가격 반전될 것"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금융시장이 매우 불안정합니다. 앞으로도 더 많은 혼란이 찾아올 것으로 예상하시나요?
"그렇습니다. 지금은 주식시장 역사상 가장 불안정(volatile)한 시기입니다. 50여 년 전 내가 비즈니스를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주가가 2% 이상 요동친 날이 1년에 3~4일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주가가 2% 이상 요동치는 날이 15일이나 돼요. 10일간 떨어지고, 5일간 오르는 식입니다. 이것은 전례 없는 일이지만,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주식시장에서는 어떤 일이든지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지요. 우리는 과거 역사(history)에 많이 의존하지만, 역사는 매우 잘못된(misleading) 길로 인도하곤 합니다."
―이번 위기가 얼마나 심각한 겁니까. 1987년의 블랙먼데이와 비교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훨씬 심각해 1929년의 대공황에 비유될 수 있는 건가요?
"그 둘은 매우 다른 사건입니다. 대공황은 비즈니스적이고 경제적인 사건(event)입니다. 투자를 하든 안 하든 관계없이 모두 영향을 받았죠. 길거리를 오가고, 일하는 사람들이 타격을 받았습니다. 반면 1987년의 사건은 하루 동안 주가가 대폭락한 사건입니다. 그래서 '검은 백조(black swan)'라고 불렸죠. 그전까지 보지 못한 존재라는 뜻입니다. 하지만 1987년의 경제는 좋았고, 그해 말 주식시장이 문을 닫을 때의 종가는 연초 시작 때보다 오히려 높았습니다. 반면 1929년과 1933년의 대공황은 경제적 현실(reality)이었습니다. 이것이 차이점이죠. 하지만 두 사건은 현재와 유사한 점도 있습니다. 발생하기 힘든 일이 벌어졌다는 거죠."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금리를 낮추려 하고 있지만, 시장금리는 올라가고 있습니다. 결국 금리가 어떻게 될 것으로 보시나요?
"아무도 모릅니다. 다만 내게는 분명한 게 있습니다. 미 연준은 단기적인 소비자 신뢰지수를 보고 있습니다. 소비자 신뢰가 떨어지면, 소비를 덜 하게 되고, 그러면 미국 경제는 경기둔화에 빠지게 됩니다. 나는 미국경제가 경기둔화(slowdown)를 겪게 될 가능성이 75% 정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미 연준은 바로 단기금리 조절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경기를 걱정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겁니다. 반면 시장에서 결정되는 금리는 장기금리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원유 가격은 계속 오르고, 달러 값은 떨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이 어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나요?
"원유는 상품입니다. 상품시장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만 영향을 받는 게 아닙니다. 수요측면에서 중국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수요는 계속 늘어나고 있는 반면, 공급은 확장하는 데 제약이 있습니다. 하지만 유가에는 투기가 큰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오히려 최근 유가 급등에는 수요·공급보다 투기꾼들이 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봅니다. 투기꾼들이 유가의 수준을 결정하기 때문에, 그들이 포트폴리오를 거꾸로 조정하면 상품가격이 떨어질 겁니다."
―달러 값은 어떻게 됩니까?
"내 생각엔, 달러도 마찬가지입니다. 최근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가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것은 달러 약세의 요인을 제거하지는 못하지만, 약화시키고 있습니다. 투기꾼들은 이제 생각할 겁니다. 달러가 지금까지 떨어져왔으니, 반전될 때도 됐다. 투기꾼들이 그렇게 느끼면 달러의 하락세는 반전되겠죠. 나는 현 수준의 달러 시세가 특별히(particularly) 떨어질(bearish)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대중들은 지나치게 달러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생각하고 있죠."
■"주식시장에 들락거리지 말라"
―올해 투자환경을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오직 바보(fool)만이 연간 전망을 하죠. 하지만 내가 책('모든 주식을 소유하라'·비즈니스맵)에서 썼듯이 주식시장의 수익(return)을 결정하는 게 무언지는 분명합니다. 장기적으로 기업의 배당수익률과 이익성장률입니다. 올해 기업의 연간 배당수익률은 2%를 조금 밑돌 것으로 보입니다. 기업 이익은 내년에 5~6% 성장이 예측됩니다. 투자자의 이익은 이 둘의 합계이기 때문에 연간 7~8% 수익을 내는 셈입니다. 현재 미국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9배로, 개인적으로 높다고 생각합니다. 태양 아래 예측할 수 있는 것은 없기 때문에, 내년에 주식이 수익 대비 22~24배에 팔릴 수도 있고, 12~15배에 팔릴 수도 있습니다. 나는 내년에 비가 올지, 햇볕이 내리쬘지 도박(bet)하지 않겠습니다."
―이렇게 예민한 투자환경에서 개인들은 어떻게 투자해야 합니까?
"내 조언에 충격을 받는 사람들은 모두 투기꾼(speculator)들이죠. 투자자(investor)들은 충격을 받지 않죠. 만약 2008년에 주식시장이 어떻게 될지 예측하려는 경향이 있다면, 당신은 투자자가 아니고, 투기꾼입니다. 투기꾼은 너무 많은 돈을 집어넣었기 때문에 걱정이 많습니다. 하지만 투자자는 채권과 주식, 미국 주식과 해외 주식에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투자자들은 지금 하던 대로 계속 하면(stay the course) 됩니다. 주식시장에 들락거리는 게 너무 이상한 거죠."
―투기꾼들에게 조언한다면.
"내가 투기적으로 자산을 굴리고 있다면, 당장 주식시장에서 빠져 나오겠습니다. 하지만 나는 투기꾼에게는 조언을 해오지 않아서, 그런 상황에 익숙지 않습니다. 미국 주식시장에서 주식을 들고 있는 사람 중에는 투기꾼이 많습니다. 반면 채권에 상당부분을 투자하는 등 건전한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는 투자자라면 그냥 '지켜보라(look)'고 권하겠습니다. 나 같으면, 주식 비율을 다소 낮출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자산배분을 별로 조정하지 않을 겁니다. 주식투자비율이 70%가 넘는 상황이라면 주식투자비율을 예를 들어 60%로 낮출 수 있지만, 주식시장에서 결코 빠져 나오지는 않겠습니다. 주식시장에서 빠져 나오려면 정확한 타이밍을 알아야 합니다. 주식시장을 빠져나가려면 최소한 두 번을 맞춰야 합니다. 예를 들어 지금 빠져 나간 뒤 주식이 15% 혹은 20% 내렸다고 보죠. 그러면 이 상황에서는 무서워서 다시 들어오기 힘들어요. 주식시장이 방향을 틀 때마다 6~7번씩 타이밍을 맞추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누구도 그걸 할 수는 없습니다."
■인덱스펀드가 가장 좋은 투자
―1975년에 최초로 인덱스 펀드를 만든 뒤, 줄곧 '전도사' 역할을 해오고 있죠.
"1951년에 프린스턴 대학 재학시절에 쓴 논문 주제였는데, 뮤추얼펀드 투자자들이 뮤추얼펀드 산업으로부터 정당한(fair) 몫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죠. 하지만 인덱스펀드는 다릅니다. 인덱스펀드 투자자는 주식시장이 거둔 이득에서 정당한 몫을 받게 됩니다. 이것은 주식시장 전체를 소유하는 겁니다. 길거리의 일반투자자가 그전에 할 수 없었던 기회를 갖게 된 것입니다. 시장 위험, 개별 주식 위험, 관리 위험, 스타일 위험(가치형, 성장형 등) 등을 제거하고, 시장의 수익만을 가져갈 수 있게 된 거죠. 데이터를 보면, 인덱스 투자 전략이 다른 투자보다 94%나 더 성과가 좋은 것으로 나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왜 인덱스펀드 투자를 많이 하지 않죠?
"몇 가지 이유가 있죠. 미국의 경우를 보면, 투자자보다는 투기꾼들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인덱스 투자는 투기꾼들에게는 좋지 않죠. 물론 인덱스펀드를 실시간으로 거래할 수 있는 ETF(Exchange Traded Funds)는 인기지만 말이죠. 하루 종일 인덱스펀드를 거래한다면 정의상 투기라고 봐야 합니다. 인덱스펀드는 투자자에게 좋은 것이지만, 현재 투자자에 대한 교육 수준은 높지 않습니다. 펀드산업은 더 이상 투자자의 재산을 돌보는 관리자 정신(stewardship)이 아니라 세일즈맨 정신(salesmanship)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증권산업은 매우 마케팅을 잘합니다.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증권을 팔고 있죠. 그들은 인덱스펀드를 팔기보다는, 새로 나온 펀드와 펀드매니저의 상품을 팔기를 원합니다. 이것은 과거에도 먹혀 들었고, 미래에도 그럴 겁니다. 우리는 정보 비대칭의 시대에 살고 있으니까요. 이런 금융상품을 팔고 있는 사람들이 구매자들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갖고 있죠. 시간이 걸릴 겁니다. 그러나 나는 장담할 수 있습니다. 투자자들이 영원히 자신들의 이익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모든 분야에서 남들보다 뛰어나려고 하지 않습니까. 주식투자에서도 단순히 인덱스펀드에 투자하기보다, 시장 평균 수익을 앞지르려고 시도하는 게 당연하지 않나요?
"물론이죠. 시장을 앞지르려고(beat the market) 하는 건 당연합니다. 하지만 현실을 생각해야 합니다. 시장 평균 수익률이 8%라고 할 때, 보통 사람들이 얼마나 투자수익을 낼 것 같습니까? 8%입니다. 투자자들을 하나의 그룹으로 보았을 때 평균적으로 그렇다는 겁니다. 하지만 개별적으로 시장 시스템에 참가하려면, 내 계산으로 보면 연간 2~2.5%의 비용이 듭니다. 그래서 시장은 8%를 얻지만, 당신은 5.5~6%의 수익을 얻게 되죠. 이게 현실입니다. 시장에서 평균 이상을 버는 사람이 있으면, 평균을 밑도는 사람이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투자비용을 빼기 전에 주식시장은 '제로섬 게임(zero sum game)'이고, 투자비용을 빼고 나면 '지는 게임(loser's game)'입니다. 미국의 한 잡지는 이렇게 적고 있습니다. '투자자의 성과는 오락가락하지만, 비용은 영원히 올라간다.'"
■모든 사람이 워런 버핏이 될 수는 없다
―워런 버핏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시장을 앞지를 수 있는 소수의 사람 중 한 명인가요?
"물론 언제나 예외는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평균은 아니죠. 시장을 앞지를 수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확률분포곡선에서 보면 아주 적은 사람들이죠. 동전던지기를 생각해봅시다. 동전을 던져서 숫자가 있는 면이 나올 확률이 처음에는 2분의 1이지만, 10번 연속해서 같은 면이 나올 확률은 1024분의 1로 줄어듭니다. 이게 게임의 속성입니다. 계속 이기려면 엄청난 운이 필요한 거죠.
그렇다면 워런 버핏은 '운(運·luck)'일까, 아니면 '기술(skill)'일까요? 나는 워런 버핏은 기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매우 지혜롭게 일을 해왔습니다. 투기를 하지 않고 투자를 합니다. 투자비용도 극도로 낮게 유지합니다. 또 그는 매우 세금에 신경을 씁니다. 세금을 절약하는 방법을 씁니다. 장기적으로 능수능란하게 주식을 선택합니다. 그렇다면 그의 존재가 인덱스펀드가 틀렸다는 증거일까요? 아닙니다. 워런 버핏은 미국에서 인덱스펀드를 가장 강력하게 추천하는 인사입니다. 모든 사람이 워런 버핏이 될 수는 없습니다. 몇 년 전 '제2의 워런 버핏'으로 불렸던 레그메이슨(Legg Mason) 펀드의 빌 밀러(Miller)는 올해 시장 평균 수익률보다 10%포인트나 뒤졌습니다. 올해 시장은 6%의 수익을 냈는데, 밀러는 4%를 잃었습니다. 글쎄, 그가 기술이 있어서 올해의 손실을 만회하고 올라올 지 나는 알 수 없습니다."
―워런 버핏이 그렇게 뛰어나다는 걸 인정한다면, 우리는 그저 워런 버핏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따라가면 되지 않을까요?
"벅셔헤더웨이 머니 매니저들이 실제로 채용하고 있는 전략을 따라갈 수 있다면, 그렇게 해보세요. 그런데 기억할 것은, 이 포트폴리오에서 굴리고 있는 돈이 300억 달러가 넘는다는 거죠. 또 이 포트폴리오에서 투자하고 있는 기업들의 가치는 1300억 달러가 넘습니다. 벅셔헤더웨이가 큰 재보험사를 샀는데, 좋은 비즈니스이고, 경영도 잘 됩니다. 그런데 미래에도 벅셔헤더웨이가 현재 소유하고 있는 모든 주식을 들고 갈지 나는 모르겠습니다."
―적립식 펀드처럼 매달 일정한 금액을 투자하는(regular saving plan) 방식은 어떻습니까?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매년 시장 평균 수익을 가져갈 수 있고, 그러면 우리는 행복하죠. 내가 1951년부터 투자한 방법입니다. 매년 많지 않은(modest amount) 돈을 투자했지만, 지금은 매우 많은 돈으로 불었죠."
―당신은 책에서 '중심계좌(serious money)'와 '오락계좌(funny money)'를 나눠, 대부분의 돈을 중심계좌로 분류해 인덱스펀드 등에 신중하게 투자하고, 굳이 투기적인 투자를 하려면 5% 정도의 돈만 오락계좌에 넣어 투자하라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돈에 관해서는 심각한 이 세계에 '재미 삼아 굴릴 돈'이 따로 있을까요?
"(책에서는 그렇게 썼지만) 내게는 그런 돈이 없습니다."
―투자자라면 누구나 명심해야 할 한가지만 일러주시죠.
"당신의 자산을 조심스럽게 배분하라는 겁니다. 주식과 채권 사이에서. 또 반드시 투자비용을 낮게 유지하세요. 그러면 장기적으로 성공할 겁니다."
[박종세 경제부 기자 jspar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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