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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최악의 면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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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아고라 유머란 카데나치오님 글



올해로 직장 생활 만9년차입니다.

업종은 흔히 말하는 IT 쪽입니다.

회사는 총 3번 옮겼고, 지금은 직원 약 80명 정도의 온라인에서는 중견급 경력을가진 서비스 제공 업체에서 실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런저런 일로 한달 평균 약 10건의 이력서를 받고 그 중 2~3번의 면접을 봅니다.

가볍게 읽어보자고 '유머'란에 올립니다.


1. "지금 바쁜데요, 나중에 전화주시겠어요"

 직원에 부탁해 지원자 중 면접 대상자를 골라 전화 연락을 해서 면접일정을 잡으라고 한다.

내가 직접 연락 하는 것은 아니니 자세한 상황은 잘 모르지만,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보면 황당한 경우가 간혹 있다고 한다.

한번은 전화를 했는데 노래소리와 사람 소리로 너무 시끄러웠단다. 전화로 들리는 주변이 너무 시끄러워 여기서도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소음이 심할 정도여서 억지로 큰소리로 이야기해서 면접 제의 하려고 한다고 하면, 알겠다고 하면서 하는 말이 지금 시끄러워서 잘 안들리니까 나중에 하라고 한다. 아니면 지금 약속때문에 바쁘니까 몇시간 후에 전화 달라고 한다. 끊고나서 생각해보니 노래방이었던 것 같다고 한다.


2. "누구 찾아오셨어요?", "저... 잘 모르는데요."

화장실을 갈려고 나가느데, 문앞에 왠 낳선 사람이 서성인다.

외부 고객 사에서 찾아왔나해서 친절하게 물어본다.

"혹시 누구 찾아오셨어요?"

그런데 다짜고짜 "저... 이름을 잘 모르는데요."

생뚱 맞은 대답에 이것저것 물어보니 면접을 보러 왔다고 한다.

그래서 지원한 부서나 연락한 사람의 이름 등을 물어보니 모른다고 한다.

연락 한 사람의 이름은 몰라도 자기가 지원한 부서의 이름 정도는 알아야하는데 그것조차 모른단다. 사회 경험이 적거나 사람이 긴장을 하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렇다면 얼마전까지 했던 일이 뭐냐, 전공이 어떤거냐 이런 몇가지를 물어서 업무가 맞을 것 같은 부서에가서 몇명의 팀장을 거쳐서 겨우 면접 신청한 팀에 안내를 해준 적이 있다.

몇주가 지나도 그 사람이 보이지 않는 것을 보니 아마도 합격하지 못한 것 같았다.


3. "급한 일이 생겨서 면접을 가지 못할 것 같습니다"

보통 면접일정은 일주일 전부터 두세번 연락해서 면접일정을 확인하고 당일 오전에 다시한번 전화를 해서 약속 시간을 확인하게된다.

왜냐하면 면접을 보는 회사 입장도 한명이 아니라 부서장, 팀장, 과장 등 관련 담당자들이 여러명 동시에 참석하기때문에 내부 일정을 맞추기도 쉽지 않기때문에 한번 정해진 일정은 가급적이면 변동이 없도록 실무자가 몇번이고 확인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전까지는 전화도 잘 받고 하던 사람이 당일만되면 연락두절이 되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 소개하는 경우 중 의외로 이런 경우가 많다고 한다.

문자도 남기고 호출도하고 하지만 여전희 묵묵부답이다.

혹시나해서 다른 전화로 연락을 하면 그제서야 받는다.

그중 절번정도는 금방 자다 깬 목소리고 나머지는 무척 당황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는다고 한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오늘 아침에 급한 약속이 생겨서 오후에 면접보로 못갈 것 같다"고 한다고 한다. 이런 경우 피해를 보는 사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면접때문에 일정을 비워놓았던 사람들,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지 못해 윗사람 눈치 봐야하는 담당자 등 차라리 처음부터 NO라고 했었으면 이런 일도 없었을 텐데 말이다.

나 개인적으로는 이런 사람들은 나중에 어떤 형태로든 다시 만날 경우를 대비해서 이력을 따로 관리하고 있다.


4. 시종일관 '연봉'과 '근무환경'

면접이라고 하는 것은 회사가 지원자를 평가하는 시간일 수도 있지만, 더 크게보면 회사와 지원자 간에 소위 말하는 맞선을 보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흔히 말하는 궁합 말이다.

그렇다면 '돈'이라는 것 이전에 서로의 됨됨이와 생각(비전 등), 성격과 취미 등이 어떤 것인지 그것이 내가 하고자 하는 것과 잘 맞을 수 있고 혹은 맞출 수 있는지를 먼저 따져봐야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면접을 하는 약 1시간 내내 '돈' 이야기만 하는 사람들이 있다.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어느정도의 가치가 있는지를 먼저 이야기하지 않고 무조건 자신의 몸값만을 강요하는 것이다.

'연봉은 조정 안되거든요', '보너스는 일년에 몇번인가요?', '저는 일주일에 야근을 2번이상 못하거든요.', '6시 넘으면 무조건 야근 아닌가요? 그럼 식대와 교통비 그리고 야근 수당은 나오는거죠?!', 어떤 경우 자기는 믹스커피를 못마시니 원두커피를 줄 수 있는지를 물어보기도 한적도 있었다.


5. '요즘 어떤 책 읽으세요?'...'바빠서 못 읽고 있습니다.'

1시간이라는 짧은 시간, 그간의 기록들로 채워진 이력서 몇장...이것만 가지고는 앞에 있는 이 사람이 어느정도의 실력이 있는지 앞으로 얼만큼의 노력을 할 수 있는지, 그리고 우리와 어떻게 잘 어울릴 수 있는지를 판단하기는 무리다. 그래서, 1시간 중 약 절반 가량은 이력서에 없는 내용을 물어본다. 그사람의 취미나 특기, 전공에 대한 지식, 인적 네트워크, 자기개발 방법 등 아주 일반적인 내용이나 간단한 퀴즈, 오늘 신문에 난 시사적인 내용 등 이벤트성 질문도 있다.

그중 가장 흔하게 물어보는 것이 취미나 책, 영화 같은 것들이다.

한번은, 취미가 무엇인지 물어보니 한참을 고민하더라. 자기 취미를 그렇게 고민해야 알 수 있는 것인지 내가 다 민망한 경우가 있었다.

또 한번은 최근에 읽었던 혹은 읽고 있는 책을 물어봤다. 대답은 뜻밖에도 바빠서 읽지 못하고 있다이다. 그래서 다시 물었다. 그럼 전공과 업무 관련이외 소설이나 시집 혹은 잡지 같은 것도 좋으니 말해 달라고 했다. 한참을 고민하더니 밝은 표정으로 대답해준다. '매트로...am7...'


6. '여보세요~~ 나 면접보는 중이야.'

한참을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중 어디서 전화 벨 소리가 울린다.

'텔미 텔미 테테테 텔미~~'

내 이야기를 듣다 말고 주머니에서 전화기를 불쑥 꺼낸다.

'어~~OO야, 나 지금 면접중인데 좀있다 전화할게. 그래 알았어, 오늘 저녁에 ㅎㅎㅎ OK~'

쓴웃음을 지으며 내가 말했다. '오늘 저녁에 좋은 약속 있나봐요 ^^' / '네, 다음주에 중국으로 여행가는데 오늘 저녁에 친구랑 만나서 가방사러가기로 했어요.'

'아~~~ 그러세요. 근데 저희가 최종 면접을 볼려면 일정을 잡아야하는데... 언제 돌아오시는데요?' / '그럼 제가 다녀와서 연락 드릴께요.^^'


7. 그넘의 손과 발은 제발 가만히 좀 놔두지.

사람이 긴장하면 무의식 중에 손과 발을 움직이게 된다고 한다.

이해는 하지만 심한 경우가 있다. 긴장해서 그런것이 아니라 버릇처럼...

아예 의자에 반쯤 기대 있는 경우도 있다.

그러다 보니 눈을 똑바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위로 치켜뜨고 마주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어쩔때 책상 밑으로 마주하고 있는 내 다리를 건드리는 경우도 있다. 근데 치우지 않고 계속 내 발에 자기 발을 올리고 그대로 있다. 난 혹시나 미안해 할까봐 그래도 계속 참고 있고...

그외도 다양하다.

손톱을 시종일관 물어 뜯는 사람, 건네준 명함을 이러저리 돌리다 떨어트리는 사람, (여자분 중) 긴 머리카락을 계속 손으로 쓸어 내리면서 간혹 끈어져 손에 잡힌 머리카락 한번 쳐다보고 길게 팔을 뻗어 바닥에 휙휙 손가락질 하며 버리는 사람...

근무 자세 썩 좋지 않은 나도 1시간 면접 보고 나면 허리가 뻐근한데, 끝나고 나면 괜히 손해보는 느낌이 들때가 있다.


적다보니 좀 길어진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보아온 많은 분들 중에 정말 일부(그렇게 가끔 있는 경우였기때문에 이렇게 기억을 하고 있는)이긴 하지만, 웃고 그냥 넘기기에는 너무 안타깝고 아쉬운 부분이 있는 것은 사살인 것 같습니다.

요즘 실직자가 많다고 하고 일자리 찾기가 힘들다고 하는데, 그 말이 맞는가 싶을 정도로 저희쪽은 인력난이 문제가 될때도 있습니다. 원하는 수준의 사람을 찾기가 정말 하늘에 별따기 라는 말을 실감할때가 많습니다.

어차피 평생 직장의 개념이 아니라 스스로의 실력을 입증하고 적절한 이직을 통해서 자신의 몸값도 높히고 또 그만큼 다양한 환경에서 업무를 경험하는 것이 일반화된 요즘, 적어도 '이바닥'에서 오래 가려면 자신을 가꾸고 제대로 포장하는 방법도 학벌이나 능력 만큼이나 중요한 덕목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럼, 다들 즐거운 하루 되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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