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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스페셜] 술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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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1.31
KBS일요스페셜 술의 두 얼굴



음주후 얼굴 붉어지면 위험, 한국인 남녀의 적정 알코올량은?
첨단과학이 밝힌 스트레스 정체와 현명한 스트레스 퇴치법?
신비의 베일 벗겨진 웃음과 울음, 암세포 성장을 억제한다?



흡연과 음주, 스트레스의 실체를 밝히고 제대로 된 건강정보를 공유하고자 기획됐던 KBS 일요스페셜 6부작 「술·담배·스트레스에 관한 첨단 보고서」(1/10~2/14일, 연출 이영돈 차장)가 2월 14일 ‘신의 선물-웃음과 울음’의 방송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지만 사람들의 의식과 행동에 큰 변화를 야기할 정도였다.

이에 본지는 지난 2월호에 이어 ‘제 4편 약인가 독인가-술의 두얼굴, 제 5편 만병의 근원-스트레스, 제 6편 신의 선물-웃음과 울음’을 지상중계(紙上中繼)해 기사로서 다시 읽을 수 있는 기회를 드리고자 한다. 프로그램을 놓쳐서 아쉬워했던 사람, 그리고 유용한 건강정보로 보관하고자 하는 독자는 필히 일독을 권하며 무질서한 삶을 건강생활로 바꾸는데 조그마한 단초가 되길 바란다. <편집자>

약인가, 독인가-술의 두 얼굴

과음(過飮)을 하면 전날 일이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가 하면 대강은 기억이 나는데, 중간 중간만 기억을 할 수 없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술을 많이 먹으면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 의식이 엉망으로 망가지며 집에는 어떻게 왔는지조차 알 수 없고 술값은 누가냈는지, 심하게는 누구랑 같이 술을 마셨는지도 모를 정도로 만들어버리는 술. 과연 술의 어떤 힘이 의식을 지배하는 것인가.

과음(過飮)했을 때 필름이 끊기는 이유

약물에 대한 뇌의 반응을 연구하는 미(美) 에너지성 소속 브룩헤이븐은 술에 의해 뇌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실험을 했다. 술 먹기 전과 술을 먹은 후의 뇌를 단층 촬영해 본 것이다. 그 결과 술 마시기 전의 뇌에는 노란색이 많이 띄었지만 음주 후는 보라색이 많이 나타났다. 보라색으로 갈수록 뇌의 활동이 줄어들었다는 의미인데 이는 술이 일시적으로 뇌의 에너지원인 포도당의 공급을 차단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폭음 후 기억이 끊어지는 이유로, 뇌의 기능이 일시적으로 중지됐기 때문이며 이때의 뇌는 최소한의 기능만 한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사람들이 잠을 잘 때와 똑같은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만취된 상태에서 자신이 보고 느낀 일들이 기억나지 않는 것은 술이 뇌에서 일어나는 정상적인 신경세포의 전달 과정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뇌를 구성하는 수억 개의 신경세포들은 전기신호를 통해서 사고와 감정 등을 전달하고 단위 신경세포끼리는 신경전달물질이 연결되므로써 메시지가 전달된다. 그런데 술은 일시적으로 이 신경전달물질을 받아들이는 수용체를 억제하는 것이다.

기억과 학습을 관장하는 뇌의 ‘해마’에는 신경세포가 밀집돼있다. 신경전달물질인 ‘글루탐산’은 신경세포들의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해마의 수용체가 닫혀있으면 이 메시지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결국 기억이 전달되어 저장되지 못하는 것이다. 술을 과음했을 때 기억이 끊어지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해마에서 이와 같은 현상이 자주 일어나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전문가들은 “술은 건망증을 유발하며 충분한 양의 술을 마신 경우에는 필름이 끊어질 수도 있고, 이러한 증상이 자주 반복되면 알코올 중독의 증상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알코올 중독자의 뇌는 정상인보다 상당히 줄어있는 상태가 많고 그 줄어든 부분에는 뇌액으로 채워져있다. 술이 기억력에 얼마나 나쁜 영향을 미치는 지는 쥐 실험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실험 쥐 15마리를 1주일 동안 미로에서 학습시켜 먹이가 있는 곳을 차례대로 기억하도록 하고 대조군을 제외한 9마리에게 하루에 한 번씩 kg당 2.5g의 알코올을 2개월간 투여했다.

두달 후 결과는 9마리중 5마리는 사망했고 남은 4마리의 쥐는 2개월 전 먹이를 찾아 재빠르게 미로를 헤매던 원래 모습을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움직임이 무척 더뎌졌고 뿐만 아니라 실수하는 횟수도 많아졌다. 실험 쥐들은 과다한 술의 섭취로 학습했던 내용을 모두 잊어버린 것이다.

실험 쥐들은 대상으로 술 투여군과 대조군의 뇌 무게를 비교해 본 결과 5% 정도의 차이가 있었다. 그런데 기억력을 관장하는 해마 무게의 차이는 주목할만했다. 대조군에 비해 무게가 무려 40%나 줄어든 것이다. 서유헌 서울대 의대 약리학 교수는 “쥐들의 이러한 결과를 미루어볼 때 술은 대뇌의 인지기능에 일부 영향을 미친다”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만성적인 음주는 생명의 중추인 뇌를 망가뜨리며 기억이 끊기는 현상이 1주일에 한 번 이상 반복된다면, 이는 분명 알코올중독이라고 할 수 있다.


음주 후 얼굴 붉어지는 것은 위험 신호다


필름이 끊어지는 현상은 과음 후 누구나 겪을 수 있다. 그러나 술에는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얼굴이 붉어지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술자리에서 이렇게 두 부류의 사람을 만나게 되는데 이런 차이는 왜 생기는 것일까? 혹자는 ‘술을 먹고 얼굴이 붉어지는 사람은 건강하다’는 증거라고 말하기도 한다. 과연 그럴까?

체내로 들어온 술은 여러 경로를 거친다. 식도를 통해 위에 도착한 술은 약 30% 정도 위의 점막으로 흡수되고 남은 술은 천천히 소장으로 이동해서 거의 대부분이 소장에서 흡수된다. 이렇게 흡수된 알코올은 우리 인체의 화학공장인 간으로 이동하고 이곳에서 체내 알코올의 약 90%가 처리된다.

일단 술이 들어오면 간의 분해작용은 활발해지기 시작한다. 먼저 간은 술의 주성분인 에탄올을 분해하기 위해 효소를 내보내는데 이것이 ADH이다. 이 효소의 작용으로 에탄올은 아세트 알데하이드로 변한다. 사실 아세트 알데하이드는 독성이 매우 강한 물질로 인체에 해를 입힌다. 때문에 간은 ALDH란 효소를 만들어 아세트 알데이드라는 독성 물질을 파괴한다. 그런데 아세트알데하이드가 분해되지 않고 남아있게 되면 알코올로 인한 심각한 부작용이 생기게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아세트 알데하이드는 매우 독성이 강해 동물 실험의 경우 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해되지 못한 아세트 알데하이드는 혈관을 타고 온 몸으로 퍼져나간다. 이때 이 독성물질에 의해서 혈관이 확장되는데, 얼굴이 붉어지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결국 피부가 붉어지는 것은 아세트 알데하이드가 온 몸에 퍼졌다는 매우 나쁜 신호인 것이다.

이와 관련 일본 국립 쿠리하마병원 히구치 스스무 박사는 “얼굴이 빨개지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과 비슷한 양의 술을 마시게 되면 빨개지는 사람쪽이 식도암, 구강암이 많이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술의 분해능력에는 사람마다, 민족마다 차이가 있다. 얼굴이 붉어지는 동양인의 경우 독성물질인 아세트알데하이드가 빨리 생성되는 반면 ALDH 2 효소가 없어서 독성물질을 분해시키지 못한다. 결국 나쁜 물질이 몸에 계속 남는다.

동양인과 얼굴이 붉어지지 않는 서양인의 경우는 정반대의 현상이 일어난다. ADH가 아세트 알데하이드를 늦게 만드는 반면, ALDH 2 효소는 빨리 생성돼, 독성인 아세트 알데하이드를 없애는 것이다. 술에 강하고, 술에 약한 체질은 바로 이같은 알코올분해효소의 작용으로 결정된다. 이는 얼굴이 붉어지는 지에 따라 쉽게 확인 할 수 있다.


술에 강한 사람과 약한 사람

그렇다면 서양인은 과연 술에 얼마나 강한 것일까? 서양인들은 실제로 독성물질인 아세트 알데하이드가 쉽게 분해되고 따라서 얼굴이 빨개지지 않는 것일까? 이런 사실은 서양인들과 술을 마셔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서양인들은 술을 무슨 물처럼 마시는 듯 한데도 얼굴이 거의 붉어지지 않는다. 그들은 음주 후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오히려 이상하게 여길 정도다.

학자들은 그 이유를 유전적인 요인에서 찾는다. 크리스 데이 영국 뉴카슬주립 의과대학 알콜 간질병 담당 교수는 “영국 북부사람들과 아시아 사람들의 제일 큰 차이는 유전자 구성의 차이며 아시아권 사람들의 반수는 아세트 알데하이드란 독소를 해롭지 않은 이산화탄소와 물로 분해하는 효소가 없고 그런 사람들은 독소를 분해할 수 없기 때문에 음주로 인한 간질환이 훨씬 더 많다”고 말하고 있다.

일본 요코하마의 알코올 중독 전문병원인 국립요양소 쿠리하마 병원의 히구치 연구소장은 알코올 중독자들을 대상으로 ALDH 유전자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히구치 소장은 연구 과정에서 아주 간단하게 사람들이 알코올 분해효소를 가지고 있는지를 알아내는 방법을 개발했다. 에탄올이 70% 섞인 용액을 패치에 떨어뜨려 약 5분간 팔에 붙이는 것인데, 만약에 ALDH 2 효소가 결핍됐거나 비활성 ALDH를 가지고 있다면 피부가 붉게 변한다는 것이다.

취재팀은 이러한 ALDH 효소의 능력이 정말로 유전되는 지 알아보기 위해 한 초등학교를 찾았다. 먼저 설문조사를 통해 이 아이들의 부모가 얼굴이 붉어지는 지를 알아보고 아이들에겐 쿠리하마 병원에서 개발한 패치를 붙였다. 그리고 5분 후, 전체 34명중, 10명의 아이들이 피부가 붉게 나타났다. 이 아이들의 변화를 설문지에 적힌 부모들의 반응과 비교했다. 그 결과 이 아이들의 부모중 최소한 한명은 술을 마시면 얼굴이 붉어진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부모에게 얼굴이 붉어지는 유전자만을 받은 사람은 한잔의 술만 들어가도 얼굴이 새빨개진다. 프로 바둑 기사인 조훈현씨도 그런 경우다. 조씨는 소주 한잔만 먹도 의식불명된 경우가 3번이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얼굴이 붉어지는 유전자를 하나만 받은 사람은 술을 조금은 할 수 있지만 얼굴은 여전히 붉게된다. 그러나 붉어지는 유전자를 하나도 안받은 사람은 명실상부한 주당. 얼굴이 붉어지는 유전자만을 가진 사람끼리 만나면 그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도 붉어지는 유전자만 갖게되고 이들은 술에 약한 체질로 분류된다. 얼굴이 붉어지는 유전자가 없는 사람끼리 만나면 그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모두 술에 강한 체질을 타고난다. 하지만 부모가 각각 다른 유전자를 갖게 되면 모든 가능성은 열리게 된다. 전혀 빨개지지 않는 주당과, 한 두잔은 마시지만 여전히 빨간 경우, 그리고 한 잔 술에도 매우 붉어지는 등 여러 경우가 골고루 태어난다. 한 집안에서 술에 세고, 약한 사람이 같이 태어나는 것은 바로 이 유전자 때문이다.

십조개의 유전자중, 한 개에 생긴 돌연변이. 얼굴이 빨개 지는 사람은 이 유전자의 변이로 인해, ALDH 효소가 결핍된다. 그리고 독성물질인 아세트 알데하이드를 분해하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그 결과는 심각하다. 전문가들은 혈중에 아세트알데하이드 농도가 높기 때문에 얼굴이 빨개지며 이는 같은 양을 마신다하더라도 더 많은 발암물질에 접촉하게 된다고 말한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얼굴이 빨개짐에도 불구하고 술을 계속 마시게 되면 일정량을 마시더라도 암에 걸릴 위험은 서양인에 비해 훨씬 높다고 강조한다.

결국 붉게 변한 피부는 독소인 아세트알데하이드가 몸에 퍼졌다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술을 먹지 말라’는 인체의 경고 메시지와 같은 것이다. 히구치 박사는 “얼굴이 붉어지는 경우에는 술의 적적량이 없으며 이는 마시면 곧 혈액 속의 아세트 알데하이드가 높아지고 그것은 곧바로 체내의 여러 부분에 장해를 일으킨다”고 지적한다.

얼굴이 붉어지는 사람에게는 한잔의 술도 몸에 좋지 않다. 하지만, 얼굴이 붉어지는 사람도 술을 자주 마시면 주량이 늘어나고 얼굴도 덜 붉어진다. 그것은 알려지지 않은 이유로 뇌의 일부분이 알코올에 적응하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경우라도 아세트 알데하이드는 분해되지 않고 체내에 여전히 남아 있게 된다는 점이다. 결국 얼굴이 붉어지는 사람이 술을 마시는 것은 스스로 건강을 해치는 지름길인 셈이다.
얼굴이 붉어지지 않는 사람은 아세트 알데하이드 분해가 빠른 사람으로, 술에 강한 면모를 보인다. 그러나 그에게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 선진국에서는 이 때문에 몸에 해롭지 않은 적정음주량을 제시,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리고 있다.

‘藥으로·毒으로’ 술의 두 얼굴


장수자들 중에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찾기 어려워도, 술을 마시는 사람은 쉽게 찾을 수 있다. 선진국에선 술이 장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무엇보다 알코올의 섭취는 심혈관질환의 위험을 감소시킨다. LDL(저밀도지단백)과 HDL(고밀도지단백) 콜레스테롤은 간에서 생성돼, 혈관을 떠다닌다. 이들은 지방질의 수송체다. LDL은 간으로부터 지방을 가져다가 혈관 안에 쌓아놓는다. 필요한 만큼의 양은 세포조직으로 흡수되지만 나머지는 혈관에 쌓인다.


HDL은 이 불필요한 지방을 다시 간으로 가져가는 좋은 일을 한다. 그런데 술을 마시면 이 좋은 HDL이 많아진다. 지방을 쌓아놓는 LDL의 경우는 그대로이지만, 지방제거제인 HDL은 많이 생성되는 것이다. 따라서 혈관 안에 쌓인 불필요한 지방질이 재빨리 제거된다. 이는 결과적으로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 심장에 부담을 덜 주게된다.

에릭림 박사(미 하버드대학 공중위생학 교수)는 에탄올은 HDL 콜레스테롤을 증가시키는데 매우 좋다고 말하면서 이는 대동맥질환을 줄이는 것과 직접 연관이 있다고 강조한다.

음주가 심장과 혈관에 좋은 또 한 가지 이유는, 술이 피의 응고에 관여한다는 점이다. 혈관에는 피를 응고시키는 많은 단백질이 존재한다. 그런데 연구결과 술이 이러한 단백질의 활동을 억제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97년 8월 영국 '더 타임즈'지는 호주에서 있었던 대규모 연구조사 결과를 실었다. 심장병환자 1만 1500명, 심장병이 없는 6천명을 대상으로 한 이 조사에서 적정량의 음주가 심장병의 위험을 낮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음주량과 사망위험률의 관계를 보면 적정량을 마신 사람이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사망률이 낮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적정량을 넘어서면 사망률은 상승한다. 결국 과도한 음주는 심각한 질병을 일으킨다. 취재팀이 만난 간질환자들 중에 많은 사람들은 평소 술에 강하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결코 얼굴이 붉어지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술을 즐기는 사이, 간은 소리없이 망가져간 것이다.

알코올로 인한 간의 손상, 그 첫 번째 과정은 지방간이다. 지방간은 노르스름한 기름이 간을 뒤덮은 형태로 내시경 검사결과 나온다. 노르스름한 기름이 나타나는 것은 아세트 알데하이드가 간 조직을 공격하기 시작할 때 체내 여기저기서 지방이 모여들어 간세포를 보호하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연세의대 소화기내과 한광협 교수는 그러나 “지방간은 술을 끊으면 대게 정상으로 돌아온다”고 밝히고 있다.

지방간인데도 술을 끊지 않으면 간의 손상은 가속화된다. 지방간의 다음 단계는 이른바 알코올성간염이다. B형 간염의 경우도 이와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마지막 단계로 고르던 간의 표면이 불규칙하게 변해지는 간경화 전초단계. 간 표면의 변화는 간의 세포가 파괴되고 있다는 증거다. 고르던 간이 불규칙해지는 것은 간이 손상받기 시작해서 간조직이 파괴되거나 섬유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인데 이때도 음주를 하면 정상으로 돌아온다.

간경화는 간질환의 종착역이다. 간 표면이 매우 딱딱하게 변하게 된다. 탄력 있던 본래 모습은 사라지고 간은 자갈밭처럼 딱딱하게 굳어지는데 간경화 환자들중 40%는 술을 끊어도 사망하게 된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과도한 술로 인해서 일어나는 또 하나의 질환이 바로 식도정맥류다. 식도의 혈관들이 두껍게 부풀어오르는 식도정맥류는 알고 보면 간의 손상에서 비롯된다. 식도의 정맥은 간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중 가장 큰 간문맥과 연결돼 있다. 평상시에 간은 여러 가지 양분을 식도정맥에서 공급받는다. 그러나 딱딱하게 굳어진 간으로는 혈액이 들어오지 못하게 되는데, 결국 간으로 가야할 혈액이 식도의 혈관으로 역류하게 되는 것이다. 간질환자가 피를 토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가슴이 부풀어 오른 어느 간경화 환자


신체에서 술을 받아들이는 데는 남녀간의 차이가 있다. 여성의 경우 체구가 작고, 지방질이 많기 때문에 술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또한 여성은 알콜분해효소가 남성보다 적다.

같은 양의 술을 마셨을 경우, 여성들의 혈중알코올 농도는 남자보다 20%이상 높게 나타난다. 이와 같은 알코올에 대한 여성의 특수성은 새로운 연구분야가 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유방암에 관한 연구다.

미국 국립 암 연구소에서는 유방암환자 1500명과 그렇지 않은 여성 1500명을 대상으로 대규모 사례연구를 했다. 그 결과는 여성의 음주가 유방암 발생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크리스틴 스완슨 교수(미 국립 암연구소)는 “연구결과 2잔 정도의 술을 마시는 것은 암발생과 무관했지만 술섭취량이 그 이상을 넘어갔을 때 암발생의 위험률은 80%이상 증가했다”고 밝히고 있다.

음주가 유방암 세포의 성장을 가속화한다는 연구도 있다. 음주가 에스트로겐이라는 여성호르몬을 증가시키는 것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암세포들은 통상 모유(母乳)가 만들어지는 부분에서 자라기 시작하는데 이 암 세포들 중 일부는 에스트로겐 수용체에 양성 반응을 보인다. 이는 암세포에 에스트로겐이 닿으면 암이 증식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술을 마시면 혈중 에스트로겐이 늘어나게 되고 그것이 암세포에 닿을 가능성은 훨씬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에스트로겐의 작용으로 빠르게 자란 암세포는 임파선을 타고 신체의 다른 부위로 확산돼 나간다.

술이 여성호르몬을 증가시키는 건 비단 여성에게만 국한해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남자에게도 같은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취재팀은 하루 평균 소주 3병씩 먹은 한 간경화 남성에게서 여자처럼 가슴이 부풀어 오른 경우를 볼 수 있었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할까?

남자들 같은 경우에도 혈중에는 소량의 여성 호르몬이 분비되는데 이중 에스토겐이라는 물질이 간에서 대사를 못시키니까 혈중 농도가 올라가게 되고 이로 인해 2차적인 여성화 현상이 나타나게 된 것이다. 다시말해 간 손상으로 인한 혈중 에스트로겐 증가가 간경화 남성을 여성으로 만드는 것이다.

술은 남성 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을 빼앗는다


예로부터 ‘영웅은 주색을 밝힌다’고 했다. 그러나 술에 취한 영웅이 색(色)을 밝히는 것이 과연 과학적으로 맞는 말일까?

술은 사실 우리 몸 곳곳에 영향을 미친다. 정자도 그 예외는 아니다. 정자의 농도와 운동성은 가임(可姙) 능력을 결정하는데, 임신이 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정액 1cc당 2000만 마리 이상의 정자가 있어야 하며 그중 50% 이상이 운동능력을 가져야 한다.

술이 우리 몸에 들어갔을 때 정자가 어떻게 되는지를 보면 자명하다. 술에 취하지 않은 상태에서 건강한 남자의 정액을 채취해 현미경으로 살펴보면 정자는 뛰어난 운동성을 발휘한다. 그러나 술을 마신 후의 상황은 달라진다. 술 마신 다음 날 정자의 활동성을 보면 술에 노출된 정자는 힘차게 헤엄쳐 나가던 원래의 모습은 찾아 볼 수가 없고 마치 술취한 사람처럼 웅크리고 있거나 휘청거리며 헤매 다니기 일쑤다. 실험 결과 정자수와 운동성이 모두 감소했고 특히 운동성은 40% 이상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영동제일병원 윤현술 실장은 “정자의 운동성은 수정 능력과 깊은 관계가 있기 때문에 정자의 운동성이 떨어진 정자들은 수정능력을 가질 수 없다”고 밝혔다.

술은 적정량만 지킨다면, 부부관계를 원활하게 하는 윤활유가 될 수도 있다. 한 두 잔의 음주는 심신을 이완시키는데 특히 특히 혈관을 확장시켜서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한다. 이같은 술의 작용이 부부 간의 성생활에 도움을 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성생활 전에 아주 가볍게 한잔하는 술은 전신의 혈액순환을 증가시켜서 남성 발기를 촉진시키며 아울러 성 행위가 잘 진행될 수 있게 해준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폭음의 경우는 문제가 달라진다. 많은 양의 알코올은 중추신경계를 억제해 전신의 혈류량을 줄어들게 하고 그렇게 되면 성기능도 감퇴된다.

만성적으로 알코올에 노출되면 성의욕을 잃어버리게 된다. 술이 테스토스테론(남성호르몬)의 생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고환에서 생성되는 테스토스테론은 성욕을 유발시키는 성호르몬이다. 이 테스토스테론은 콜레스테롤로 만들어지고 그 과정에는 알코올 분해효소인 ADH가 관여하는데 술을 마시면 이 ADH가 술을 분해하느라 바빠서 테스토스테론을 만들지 못하게 된다. 결국 테스토스테론이 생성되지 않아 성욕이 감퇴되는 것이다. 대부분의 알코올 중독자들이 ‘성에 대해서는 생각조차 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은 바로 그런 작용 때문이다.

술은 남성의 발기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술이 음경의 신경조직을 손상시켜 발기능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음주는 임신 전기간에 걸쳐 태아에게 영향 미친다

술은 남자에게는 남성다움을 빼앗고 여자에게는 모성(母性)에 큰 상처를 입힌다. 모성에 상처를 입힌다는 것은 임신중의 음주가 아기의 기형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임신 중 음주가 태어날 아기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경우가 태아알코올증후군(FAS)이라는 것이다. FAS는 특징적인 증상이 안면기형을 보인다는 것이다. 우선 콧대가 낮고, 양쪽 눈이 멀리 떨어져 있으며 눈꺼풀과 눈 사이가 좁다. 코는 짧고, 콧구멍이 위를 향하고 있으며 인중이 희미하다. 또한 얇은 윗입술도 그 특징 중 하나다.

FAS의 또 다른 특징은 정상인에 비해 주의력이 크게 부족하고, 지능과 학습능력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이같은 FAS의 모든 결함은 바로, 중추신경계의 이상에서 비롯된다. 산모가 섭취한 알코올이 특정 시기에 태아의 뇌세포 발달과정을 교란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결과들은 FAS 발생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원인을 밝혀내고 있다. 그중 하나가 태아의 성장 발달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레티오닉 액시드(Retionic Acid)에 관한 연구이다.

레티놀이 레티날로, 그리고 그 최종산물인 레티오닉 액시드가 되는 과정에 알코올분해효소인 ADH와 ALDH가 관여한다. 그런데 산모가 술을 마시면 이 효소들이 술을 분해하기에 바빠서, 레티오닉 액시드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레티오닉 액시드의 결핍으로, 결국 태아는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게 된다.

술과 태아의 기형에 대한 상관관계는 쥐를 통한 간접적인 실험에서도 확인된다. 임신한 쥐에게 하루 두 번씩 체중 100g당 2㎖의 알코올을 투여하고 3주후 새로 태어난 새끼 쥐들을 관찰한 결과, 알코올을 투여하지 않은 쥐에서는 아무런 이상도 발견되지 않았으나 알코올 투여군에서는 기형이 발견되었다. 흉골에 붙어있는 7개의 늑골이 모두 비정상적으로 떨어져 있었던 것이다. 알코올을 임신 기간 내내 투여한 군에서는 40%, 중요기간 투여한 군에서는 25%가 흉골과 늑골이 붙지않고 태어났다.

이 실험결과에서 주목할 것은 알코올이 임신 전 기간에 걸쳐서 태아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선진국에서도 이같은 사실은 이미 동물실험으로 입증돼 있다. 임신초기에 알코올에 노출된 동물은 다양한 구조적 이상이 나타나며 임신중기와 말기에 노출된 경우는 형태기형은 없었지만, 행동장애를 나타낸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1998년 대한소아과 학회지에 태아알코올증후군 사례가 보고 됐다. 학회지에 소개된 사례는 발견 당시 11개월이란 나이에 비해 신경발달이 3개월 이상 뒤쳐져 있었고 생식기의 기형까지 있었다. 양쪽 난소에 각각 하나씩 있어야할 낭포가 두 개씩 생긴 것이었다. 회식 때 한잔씩 받아 마셨던 술이 뱃속 아기에겐 돌이킬 수 없는 상처가 됐던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 20세 이상 여성의 음주율은 꾸준한 증가추세에 있다. 반면 지금까지 학계에 보고된 FAS 사례는 단 두건 뿐이다. 전문가들은 그 이유를 여성 음주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지만 FAS를 잘 발견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신생아 100명중 1명 신경발당장애 보인다”

외형적 기형이 특징적인 태아알코올증후군 즉 FAS와는 달리 태아알코올 영향(FAE)은 외형적인 기형 은 나타나지 않지만 FAS보다 훨씬 폭넓은 이성적, 학습적 능력의 장애를 보인다. 태아알코올영향(FAE)의 발견으로, 술이 태아의 신경발달의 아주 미세한 부분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다.

술과 태아 기형에 대한 새로운 발견은 워싱턴 대학의 작은 연구실에서 비롯됐다. 앤 스트라이거스 박사. 그녀는 지난 25년간을 이 분야 연구에 전념하고 있는데 현재는 FAS 사례들에서 나타나는 지능의 편차가 술로 인한 것인 지에 대한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그녀는 “알코올은 아이들에게 태아알코올증후군보다 훨씬 더 깊게 행동발달적, 학습적, 감성적 능력에 장애를 일으킨다”고 굳게 믿고 있다.

미국 취재 중에 만난 ‘워렌’씨와 큰딸 ‘바넷사’ 역시 둘다 태아알콜영향 즉 FAE 환자다. 다행히 둘째 ‘생키’는 별다른 이상이 없다. 그녀는 큰 딸을 임신했을 때 임신 7개월 반까지 매일 7병의 와인을 마셨다. 그렇게 태어난 바넷사. 이 아이는 전형적인 FAE의 증세를 보이고 있는데, 좀처럼 한가지 일을 계속하지 못하는 집중력 결핍, 가만히 있지 못하고 항상 돌아다니는 과잉행동 등의 증상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엄마인 워렌씨도 딸과 같이 FAE 증상을 가지고 있다. 워렌씨의 엄마도 알콜중독자였기 때문이다. 워렌씨는 기억력과 이해력에 심각한 장애를 느끼고 있다.

뱃속에서부터 예정된 문제아! 이들이 일으키는 사고나, 범죄를 어떻게 그들 자신만의 잘못이라고 탓할 수 있을까.

우리 주변에서도 산만한 아이들을 흔히 볼 수 있다. 같은 또래의 정상적인 아이들보다 유난히 집중력이 떨어지고, 움직임이 많으며 충동적이고 결국 학습에 곤란을 겪게되는 아이들을 쉽게 않게 볼 수 있다.

연세대 소아정신과의 통계를 보면 외래환자 중 아이들의 부산함을 이유로 찾아오는 경우가 전체의 1/3도 넘는다. 이들 부모들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아이들이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집중을 못하며, 매사에 의욕이 없고, 질문을 하면 엉뚱한 대답을 한다고 부모들은 걱정을 호소한다. 특히 그 아이들은 배우고 익히는 데, 전혀 관심이 없고 결국 학교 생활에 흥미를 잃고 만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 중 얼마나 많은 수가 술로 유발된 정신발달 장애인지 확인이 어렵다는 것이다. 우리 나라에서는 거의 모든 여성이 임신 중 음주를 했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임신 중 어느 시기에 얼만큼의 술을 마셔야 기형이 생길까?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산모가 마시는 술은 그 양과 시기에 상관없이 태아에게 영향을 준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 태어나는 100명의 신생아들 중 한명은 알코올 관련 신경발달장애를 갖고 있다. 이 수치는 FAS와 FAE 사례도 포함된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장애는 산모의 자제력만 있다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미국의 의무감(醫務監)도 바로 그 점을 강조한다.

술이 뱃속의 아기에게 남긴 돌이킬 수 없는 상처. 이것이 바로 술이 가진 악마의 얼굴이다. 동시에 술은 신이 보낸 묘약이기도 하다. 그 묘약을 얻기 위해서 우리가 지켜야할 주도(酒道)는 절제의 미덕이다.

선진국에서 제시하는 적정음주량

알코올 10g이 표준 음주량의 기본단위라고 볼 때 맥주의 경우 큰 컵 분량인 285㎖에, 와인은 100㎖ 한잔, 소주는 50㎖ 소주잔 한잔, 위스키는 30㎖에 표준인 10g의 알코올이 들어있다.

우리가 많이 마시는 맥주 한 캔은 1.4 표준 음주량, 소주 2홉들이 한 병에는 6.8배의 표준 음주량의 알코올이 들어있다. 얼굴이 붉어지지 않는 여자의 일일 적정음주량은 알코올 20g. 이는 소주 두잔 정도, 맥주는 한 캔과 4분의 3캔 분량에 해당한다. 얼굴이 붉어지지 않는 남자의 일일 적정음주량은 여자의 두배 정도다. 소주 4잔, 맥주는 3캔과 3분의 1캔이 적정량이다.

폭음 후 기억이 끊어지는 이유는 뇌의 기능이 일시적으로 중지됐기 때문이다.


기억과 학습을 괸장하는 해마(사진 위 고추처럼 생긴 부위)는 신경세포가 밀집해 있다. 술은 일시적으로 뇌의 에너지원인 포도당 공급을 차단한다(사진 아래).


▼ 음주 후 얼굴 붉어지는 것은 독소가 몸에 퍼졌다는 신호다.

▼ 한 가계에 술에 세고 약한 사람이 같이 태어나는 것은 유전자 때문이다.


술은 약과 독의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술을 마시면 아세트알데히드라는 독성물질이 생기고 이의 분해 능력은 사람마다 틀리다.

HDL은 불필요한 지방을 다시 간으로 가져가는 역할을 한다.

과도한 음주는 또 간질환과 식도정맥류를 유발한다.

음주가 유방암 세포의 성장을 가속화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술은 정자의 운동능력과 성욕을 떨어뜨리게도 한다.

태아알코올증후의 특징적 증상은 안면기형을 보인다는 것이다.

술은 여자에게는 모성(母性)에 큰 상처를 입힌다.

술과 태아의 기형에 관한 세계적 권위자 앤 스트라이거스 박사.

▼ 태아알코올영향(FAE)은 이성적·학습적 능력에 장애를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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