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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야기/뜨거운 감자-일반

재미 치과의사가 본 영어 몰입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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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아고라 배나우딩요 님 글

저는 유학처음 온지 13년 정도되는, 현재는 미국에서 치과를 개업하고 있는 의사입니다. 한국 뉴스를 듣다보니 영어 몰입교육에 관한 청사진들이 쏟아지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에 글을 올립니다.


저는 한국에 있을 때 70년대 중반부터 소위 강남 8학군이란 곳에서 유치원, 초, 중, 고교를 다니면서 온갖 사교육이란 사교육은 거의 다 받고 자랐습니다. 물론 영어 시험 성적도 항상 좋았고, 한국의 가장 좋다는 사립대학에서 어렵다는 영어 과목에서도 전부 A를 받을 정도로 한국 영어 교육제도를 너무나도 충실히 따랐던 학생이었습니다.


군대를 마치고 어학연수를 온지 며칠되는 날.... 배가 고파서 맥도널드 (맥다널 이라고 해야하나요?)에서 Drive through 로 햄버거를 시키다가 흑인 점원이 하는 이야기를 도무지 못알아듣다가 도망친 일이 있었습니다. 물론 시험점수만 믿고 미국온 저에겐 잠도 못이루게 하는 치욕이었지요. 그뿐만 아니라 룸메이트를 비롯한 미국 친구들과 기본적인 의사소통에도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저에게는 적지않은 충격이었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정말 언어소통 문제로 모욕도 많이 당했습니다. campus culture 라는 교양과목에서는 고등학교 갓 졸업한 흑인 여자아이가 영어 못하는 사람과 같은 조 하기 싫다고 수업중에 교수한테 이야기하는 일까지 있었지요...


그 이후로 영어를 잘하기 위해서, 그리고 좋은 학점을 받기 위해서 모진 노력을 했습니다. 학점을 all A 로 받으면서 미국애들이 다가오기 시작했고, 제게 노트를 빌려달라는 어처구니 없는 미국애들, 그리고 같이 공부하자고 기숙사까지 찾아오는 아이들도 생기게 되더군요. 물론 제영어는 미국애들처럼 완벽하지 못했습니다. 지금도 완벽하지 않고요. 하지만 치료를 열씸히 하고, 치료 결과가 좋고 진심으로 환자를 대하니 미국 환자들이 가족, 친구를 데려오더군요. 지금 제 환자의 99%는 미국 사람들이고,  짧은 기간동안 그래도 꽤 성공적으로 병원을 운영할 수 있었습니다.


열받아서 글 쓰다보니 곁가지로 많이 샜네요. 제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는 언어는 단지 콘텐츠를 전달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온국민이 영어를 능숙하게 하더라도 국가 경쟁력이 키워지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오렌지 10000 박스를 구매한다고 해 봅시다. 파는 사람 입장에서는 어린지라고 하던 어른쥐라고 하던 강한 한국식 발음으로 오렌지 라고 하던 그 사람과 거래하기 위해서 무슨짓이든 할 것입니다. 한국어를 배우려고 할지도 모르지요.


한국어는 정말로 아름다운 언어입니다. 우리나라의 전통문화도 정말 독특한, 우리만이 가지고 있는 유산이지요. 가능하지도, 현실적이지도 않은 전 국민 영어교육에 우리의 자원과 열정을 낭비하기 전에, 기초과학, 첨단과학, 우리의 문화에 더욱 투자를 하는 것은 어떤가요? 우리의 실력과 자본이 월등해 질때 비로서 우리의 국가 경쟁력은 강화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영어를 정말 잘하는 인재들은 필요합니다. 그런데 한번 발상의 전환을 해 보면 그런 인재들은 이미 많이 있습니다. 미국에 있는 한국 교포 2세들에게 한글과 우리문화를 더 가르치는 것은 어떻습니까? 그들에게 한국인이라는 자긍심과 정체성을 심어줘서 대한민국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인재로 키워내는 것이 시간과 자원을 훨씬 덜 낭비하면서 국가경쟁력을 더 키울수 있는 길이 아닐까요?  물론 이중국적문제, 병역문제등 풀어야 할 문제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정권을 갖게 되신 분들도 더 잘 아시겠지만, 우리는 이미 무한경쟁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더이상 소모적인 일에 시간을 낭비하다가는 도태되게 되지요. 제가 미국에서 13년 동안 살면서 확신하게 된 것은 정말 우리다운 것이 경쟁력이 있고 대한민국은 무궁한 가능성이 있는 나라라는 것입니다. 아무쪼록 새로운 지도자분들께서 현명한 정책으로 나라를 이끄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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