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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풍파/일상 이야기

당신에게10달 시한부인생이 주어진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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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ntaxclub 의 탁자 * http://blog.paran.com/yokiro님 글입니다

새삼스럽게 저를 돌아보게 만드는 글이네요.

순간 순간반성하고,추스려야겠습니다.

자각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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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눈팅만 하는 회원입니다.
아래글을 보고 갑자가 생각나는게 있어서 몇줄 적습니다.

시간이란게 얼마 없다는 거. 그걸 많은 분들은 인지하지 못하십니다.

그래서 장문 올립니다.시간은 참 고마운 마약입니다.

여유 있을 때는 그냥 좋습니다. 시간때문에 할수 있고 없는게 많거든요.
솔직히 좋은지도 모릅니다. 처음부터 부족이라는 느낌을 갖고 있던것도 아니고 주어져 있던 거니까요.
그리고 일단 얼마안남았다고 인지하게 되면...
.
.
잠시 혼란스러울뿐.
덤덤해집니다. 감사함을 느끼게됩니다.순간적으로 멍해있기도 하지만 개선의 여지가 없으니..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남은 시간을 어떻게 쓸까...이런 생각으로 가득차더군요.

오히려 고마웠습니다.

만약 남은 시간이 이정도 일줄 몰랐다면 여전히 목적모른 채 휨쓸리는 삶을 살았을 것이고..
어쩌다 과정속에서 오는 만족은 있을 지언정 저 능동적으로 만족을 추구하는 삶은 없었을테니까요.

들어가는 말이 길었습니다.
저는 28살 현재 늦깎이 대학생입니다.

저는 군대를 2004년에 갔습니다. 그리고 2005년 11월에 의병제대 당했습니다.
그전까지는 대학을 다니다 수능공부를 했습니다.흔히 말하는 장수말입니다.

결국 여차여차해서 군대를 갔고. 2번의 외상으로 어깨와 무릎을 수술받고 외부병원에서 입원치료하던중 제대당했습니다.

입원해있던 어느 겨울의 일입니다.
주기적으로 피검사를 하는 데 어느 날 담당의사가 아닌 다른 의사가 와서 피검사 결과, 간수치가 높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하나하나 묻습니다. 집안 내력이 있느냐...

.....제 외할아버지 형제들이 전부 간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초음파검사를 해보자고 합니다.
약간 걱정스럽고..허탈해하는 와중에 간호사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무슨간염인데 10달밖에 못산다더라'

검사받고 결과나오기까지 보름동안..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얼마 살지않았지만..25년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고..그중에 아쉬움의 기억들이 걸러졌습니다.
짝사랑하던 연상의 여인. 가고싶은데 못갔던 곳. 만나고 싶지만 나중에 만나기로 미뤄둔 사람들...
모두 나중으로 미뤘던 저였습니다.

10달밖에 못산다면..시간이 얼마없습니다.
10달간의 계획을 머릿속으로 그렸습니다. 옆에서 걱정하시는 분들때문에 어디에 적어두지도 못하지만 머릿속에다 빼곡이 새겨갔습니다.
나가자마자 누구를 만날것이고 언제 어디를 가볼 것이고 누구에게 무엇을 줄것이고 어떻게 해줄것이고..등등 나름 괜찮은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리고 그때 사진을 접했습니다. 제 사진이 10장도 안되더라구요. 그도 그럴것이..이야기가 없는 시간으로 채운 20대초반이니..
나가면 많이 돌아다니고 많이 찍으리라..마음먹었습니다.

다행하게도 10개월 시한부인생이라는 시나리오는 일어나지않았습니다.
부모님께서 해주신 곰탕등의 보양식으로...간에 지방이 끼었다고 하네요;;굳이 붙이자면 약한 지방간이랍니다.

그렇지만 그 일로 저는 조금 변하게 되더군요.
퇴원 후 시기가 애매해서 바로 복학은 못하고 은행인턴으로 들어갔습니다.
보통 인턴들이 시간 때우고 적당히...였겠지만 저는 조금 다르게 생활하게 되었습니다.

10달이라는 마감시간이 정해졌다가 그 기한을 모르게 되었을 뿐이지 (약간의 안심은 되지만^^)
그것이 연기되었는지.그렇다 하더라도 1년일지 10년일지 50년일지.당장 내일일지...
아무도 모르는 겁니다. 그러니 망설일 시간은 낭비이고 주어진 순간 순간 최선을 다할수 밖에 없게 되는 겁니다.

그래서 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사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비교되었습니다. 인턴을 하다가. 취업할때 문을 두드려보라는 제의도 받고..
좋은 인상을 남기고 학교에 복학했습니다.작년 가을입니다.
제가 아는 친구들은 졸업을 했거나 유학다녀온 졸업반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저는 유학 경험도 없고 뭐하나 잘난 경력도 없습니다.
뭐..나중에 학교 행사 때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니 어린 학생들 기억에 '항상 카메라 들고다니는 사람'. 이랬다더군요.
아저씨가 아니라 다행이었습니다;;

무작정 학교만 다니기도 억울했습니다. 이 시간이 어떤 시간인데..
아무것도 모르면서 학술제 참가신청하고 준비기간동안 공부한걸로 상타고. PT에 부족함을 느껴서 광고대행사에있는 선배께 부탁해서 계속해서 배우고.
공모전도 참가해서 이런저런 상도타보고.이런것들이..뭔가 목적이 아니라 모두 '제 자신에 대한 만족'을 위해서 했습니다.
그리고. 한가지 일이 끝나면 그 주말에는 꼭 기차에 몸 싣고 사진찍고..휴식이라는 만족을 가지고 있구요.

지금 3학년 2학기입니다. 취업제의도 2군데서 들어왔고 학교내 몇개 학회,클럽 고문자리를 맡고 있습니다.
방학때는 꼭꼭 색다른 경험을 위해 인턴을 하고 있고..얼마전에는 작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와 간담회도 가졌습니다.
엉뚱하게도..아니면..필연적으로..조직에 몸담는것을 싫어합니다. 제가 저를 마음대로 못하게 되니까요.
생각지 않은 곳에서는 회장자리가 들어왔지만..얽매이는 것 같아서 그짓은 죽어도 못하겠습니다^^;
작년 복학했을때보다는 많이 누그러졌지만. 그래도 '10달 시한부 인생'의 기억이 남아있습니다.

시한부 인생 선고를 받지않았다고. 꼭 그 시간이 길거나..혹은 영원하진않습니다.
생각하고 있는게 있다면. 아쉽지만 미루고 있는게 있다면.
지금하세요.

아랫글처럼.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더많이 말하세요. 물론 진심으로요.
진심이 아니라면 그렇게 말하는 것도 나에게, 상대방에게 버려지는 시간이 됩니다.

쓰다보니 길어졌네요.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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