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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고시원 오래 살자면 확인해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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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blog.daum.net/och7896/6259678

살아본자만이 '고시원'을 안다. 지속적으로 발생되는 '고시원 화재'의 경우, 살아본자는 그들이 죽을수밖에 없는 이유를 마치 아는듯한 느낌이다. 즉 '시설을 그따위로 지워놓고~' 라는 소리는 잘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들은 '그런시설'을 고의적으로, 그러니까 가장 저렴한 가격에 입주를 맞춘 자신의 상황을 잘 알기 때문이다. 비극을 가능케하는 위험요소를 사전에 체크하지 못하는 경제적 궁핍. 인간을 하이에나로 만드는 곳. 그곳이 바로 고시원이다.

 

관련 글 바로가기 : "위험한 쪽방 고시원, 난 그게 필요했다"

 

고시원 선택 노하우를 알려주는 글들이 많다. 하지만 애초에 옵션을 희망조차 할 수 없었던 사람들은 그런 기사에 별 공감을 얻지 못한다. 예를들어 '보안 철저한' 40만원짜리 고시텔이 아니라 일단 18만원으로 '살 곳'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고시원 선택의 노하우'는 애초부터 별나라 이야기다.

 

하지만 고시원에 살아본자만이 '고시원의 노하우'를 또한 알고 있다. 그러니까 지금부터 소개하는 내용은 내가 2년동안 고시원 지하방에 있으면서 "생활에 영향을 준 요소들"을 떠올려본것이다. 이것이 고시원 '선택기준'은 아닐 것이다. 이런 것 다 만족할 고시원에 갈 능력있으면 원룸이나 얻어라. 다만 고시원에서 어쩔수 없이 장기간 투숙을 해야한다면 아마도 다음의 요소들이 어떤식으로든 당신에게 영향을 줄 것이다.

 

살아보면 가끔 저 복도가 아주 '넓을때'가 있다.

그때가 되면 완전적응한것이나 다름없다.

 

 

 1. 창문 있고 없고에 목숨 걸지 마라.

 

 

장기간 투숙하면 인간의 무서운 적응력을 알게 된다. 나는 2년간 창문없는 지하방에 살았는데 낮에도 '밤'처럼 잘 수 있다는 매력을 스스로 몸이 느끼고 있음을 알았다. 그러니까 고시원에서 '창문'은 두번째 문제라는 것이다. 굳이 '창문'에 목숨 걸 이유가 없다. 오래 살아보면 안다. 처음에는 '창문도 없는 쪽방'이 마치 자신의 기구한 운명을 말해주는것 같아서 심리적으로 조금 괴롭기도 하지만 6개월 정도만 지나가면 완전 밀폐되었다는 것이 오히려 위안이 되기도 한다.

 

창문이 있어도 고시원은 '밀집지역'에 많기 때문에 일단 시끄럽다. 속 시원하게 열어둘 상황이 못 된다. 그리고 그거 아는가? 큰 창문을 사이로 벽을 만들어 2명이 한 창문을 사용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창문이 없는 방에 있어도 '적응'될 자신의 몸을 믿어라. 창문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밤'같은 낮에 적응하는 것도 꽤 매력이다. 그러니까 인간이 그렇게 '비참함'을 빨리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인간이 하이에나로 아주 쉽게 '전환'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길 바란다.

 

 

2. 창문보다 고시원 자체의 환풍 시설에 주목하라.

 

 

많은 사람들이 '창문'을 통해 환기(환풍)을 걱정하지만 무엇보다도 고시원선택에 있어서 '환풍시설'을 제대로 체크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시원 생활하는데 '아프면' 끝이다. 인간이 느낄 서러움은 다 느낀다. 도와줄 사람도 없다. 그런데 환풍기만 좋아도 웬만한 감기는 안 걸린다. 그게 인간의 몸이다. 창문이 있느냐, 밥은 주느냐 등으로 목숨 걸지 말고 고시원에 기초적인 환풍시설에 대한 투자가 있는지를 확인하길 바란다.

 

어차피 오래 살 것이면 그래도 건강을 지켜주는 요소를 살피길 바란다. 혹자는 그 환풍시설에 곰팡이가 어쩌고 저쩌고 하는데 고시원이면 '단지 있다는 것'에 만족하길 바란다. 난 2년동안 감기 한번 알걸렸는데 아마도 요 덕을 많이 보았는듯 하다. 매일 가동되는 시간에는 그렇게 소음이 심했는데 그 때문에 밀폐된 방에 있어도 죽을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다.

 

 

3. 청소하시는 분이 따로 '고용'되어 있는가?

 

 

대게 원장이라는 사람(정확히 말하면 고시원 주인), 이 분이나 혹은 총무의 명찰을 단 사실상의 근로학생이 청소를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 원장이 맡을 경우 일단 시끄럽다. 입실자들을 '고객'으로 생각하지 않고 정말 자기 아들 교육시키는듯 대한다. 스스로가 지저분한 것을 만지게 되니 그것에 대한 심리적인 반응일게다. 총무의 경우는 애초에 청소를 열심히 할 가능성이 적다. 두번 해야 할 일을 겨우겨우 한번한다. 뭐든지 대충대충이다. 왜냐고? 그렇게 사는것도 힘들어죽겠는데 뭘 그렇게 열심히 하겠어? 웃긴것은 청소 대충 안되어도 고시원 장기투숙객들은 별 불만 없다. 단지 '신참내기'들이 마치 여기가 '신라호텔'인줄 알고 짜증 가끔 내기는 하더라.

 

어쨌뜬 화장실에 휴지를 교체해야 하는데 그냥 일하시는 분이라면 "휴지 주세요"라고 하면 상황종료된다. 그런데 원장한테 직접 부탁해야 하는 경우는 "절약정신"에 대해서 한번쯤은 이야기 들을 각오를 해야 한다. 하이에나로 살아가는것도 서러운데 규율은 완전 육군사관학교다. "아버지뻘"이 어떻고 "자식같이 관리" 등의 단어들이 오가는데 그런 낭만은 고시원에서는 없다. 고시원은 오직 '나'만이 살아가기도 벅찬 곳이다. 또 그런 사람이 모여있다. 그러니 '도덕'은 일단 접어야 한다.

 

 

4. 고시원 총무는 '정말 고시생'인가?

 

 

정말 고시생일 경우와 일반 학생의 경우, 그 고시원의 분위기 자체가 다르다. 전자의 경우, 본인이 공부에 바쁘기 때문에 이상하게도 고시원전체가 약간의 학습분위기가 형성된다. 그런데 '일반 대학생'의 경우는 일단 자리 비우는것이 일쑤다. 자기 친구들도 왜 그렇게 고시원에 많은지 모르겠다. 총무가 휴게실에서 죽치고 텔레비전 본다고 내가 봐야할 드라마 못본게 한두번이 아니다. 예전에 방의 열쇠를 두고와서 마스터키를 받으러 간 적이 있었다. 물론 총무는 친구들과 소주한잔 간단히 하고 계시더라. (원래 그 또래는 그러한 곳에서의 소주한잔에 굉장히 집착하는 나이다) 그 상황에 내가 마스터 키 달라는것이 당연하지만 그 상황이 유쾌하지 않다.

 

그런데 대부분 고시원 총무는 고시생 아니다. 그러니 애초부터 이런 내용을 선택기준으로 삼지 말기를. 그냥 살아보면 느끼게 된다. 그것도 한 1년은 넘게 살아야 한다. 여러 고시원 총무의 해고와 고용을 직접 보면서 느껴야 한다. 그렇다고 총무가 '고시생'이라고 해서 본인이 공부를 열심히 하는것은 아니다. 다만, 마스터키가 필요할때 쉽게 받을수 있는 뭐 그런거.

 

 

5. 화장실 갯수가 몇개인가?

 

물론 화장실이 많다면 그만큼 가격이 비쌀것이다.(요즈음은 1인 화장실 고시텔도 많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한개의 화장실만을 보유했다면 심각하게 고민하길 바란다. 보통 화장실 사용시 98%는 무난할 것이다. 그런데 2%의 순간은 약간 난감할 것이다. 누군가 장시간 사용한다거나, 안에서 잠겨있거나, 제일 난감한 변기가 대변에 막혀있거나 하는 것등 말이다.

 

그럴때 대체 화장실이 최소한 한개는 있어야 한다. 그러니까 이것은 뭐냐면 일년동안 365번을 큰거보러 화장실 간다면 최소 360번은 별 문제가 없는데 굉장히 난감한 다섯번정도가 있다는 것이다. 고작 일년의 다섯번이다. 그런데 그 '고작'이 단순히 '오늘 재수없는 날'로 상황이 정리되는 것이 아니라 "내 인생이 왜 이런건지..."라는 서러움을 동반한다. 제때 못 누는것만큼 미치고 환장하는 일 없다. 

 

 

6. 빨래 말릴 곳이 보장되어 있는가?

 

 

사람은 빛을 못 보더라도 내 이불은 태양을 맞이할 권리가 있다. 기본적으로 '양지바른곳'이 많이 확보되어 고시생들이 빨래들이 가급적 빨리 마르고 수거되는 시스템이 자연적으로 갖추어있으면 한결 스트레스가 덜하다. 고시원 스트레스 중 하나가 '남과 함께 빨래를 널어야 하는 것', 그리고 '그걸 누가 홈쳐가는것'이다. 잘 마르지 않으니 '대기기간'이 길고 그러니 분실횟수도 높아만 지는 것이다.

 

협소한 고시원은 주로 자신의 빨래를 자신의 방에서 처리해야 하는 곳도 있다. 물론 본인이 각오한다면 상관없지만 장기간 투숙시는 좀 고려되어야 할 점이다. 특히 '이불'을 쨍쨍 햇빛에 널어두는 것은 장기간 투숙에 필수 건강체크요소이다. 하루종일 이불을 말린 후의 '그날 밤'은 그 뽀송뽀송함에 세상 모든것을 다 가진듯한 착각도 가끔 든다. 힘들면 원래 "작은것"에 크게 반응한다. 그것을 느끼게 해 줄 최소한의 고시원 시스템을 확인하길 바란다.

 

 

7. 샤워실 공간이 넓은가?

 

 

최소한 옷을 벗어서 걸어놓고 샤워를 편안하게 하고 다시 옷을 입는 공간은 되어야 한다. 내가 고시원에서 탈출해서 옥탑방으로 갔는데 제일 먼저 한 것이 '샤워후' 나체로 방안에서 활보한 것이었다. 이건 인간의 욕구같다. 샤워후 깔끔하게 몸을 말리고 새로운 옷을 옷장에서 꺼내서 입는거 말이다.

 

물론 고시원이라면 이런거 포기해야 한다. 그렇다면 최소한 옷을 갈아입는것이 고충이 되어서는 안된다. 어떤 고시원은 너무 좁아서 여름에는 옷 다시 입다가 땀을 더 많이 흘리는 부조화가 발생하기도 한다. 계속해서 말하지만 고시원에서 이런 일이 반복되면 정말 '미칠것 같다'는 생각뿐이다. 인간이 비참하면 그만큼 나약해지는것이다. 그러니까 입주자들을 미치지는 않게 해 줄 '샤워실 공간'이 필요하다. 보통 고시원 둘러보러가면 "여기가 샤워실입니다."라는 '우리 고시원에 샤워실 있다'는 확인차원이 많은데 그것보다 중요한것이 그 넓이다. 그리고 1인 칸막이가 없는 곳이라면 절대 가지 말 것. 최소한의 '개인공간'이 더 보장되는 곳이어야 스트레스 덜 받는다.

 

ps) 그리고 어떤 고시원은 '온수사용시간'을 제한하는 곳이 있다. 절대 가지 말아라. 앞서 말했듯이 1년에 몇번은 그 시간에 해당되지 않을 시간에 샤워를 해야 할 상황이 있다. 그럴때 못하게 된다면, 그냥 환장할뿐이다. 작은것을 자꾸 제어하는 고시원시스템은 가급적 피해라.

 

 

8. 흡연자들을 위한 공간이 있는가?

 

 

이건 사실 비흡연자들을 위한 거다. 원래 고시원에서는 '도덕'이 없다. 다들 알고는 있지만 지킬 여력이 없다. 가난이라는 것은 이렇게 사람을 비참하게 만든다. 그러니까 흡연에 대한 규정도 없다. 그 사람에게 그것을 막는다면 차라리 노숙을 택할 사람일 것이다. 물론 방 안에서는 대게 금연이다.

 

즉, 고시원 휴게실이나 외부공간에 흡연자들이 최소한의 도덕을 유지할 도구들이 갖추어져 있어서 자연스럽게 흡연자들을 한쪽으로 유도하는 꼼꼼함이 고시원에 존재하고 있는가를 확인해야 한다. 그게 비흡연자들이 살 길이다. 하루하루 '미칠지경'의 이유가 자꾸만 더 첨가되면 그것만큼 비참한것도 없다.

 

 

9.  자판기 한개 정도는 있는가?

 

 

고시원 선택에 있어서 아무도 사전에 고려되지 않는 요소다. 장기투숙하게 되면 이게 얼마나 친근한 친구가 되는지 느끼게 될 것이다. 하루에 피곤을 씻어줄, 혹은 하루의 피곤을 시작할때 자판기 커피한잔만큼 든든한것이 없다. 여기서 '건강'따지지 마라. 그 순간의 마약이 오히려 위험한 하루의 상황을 반전시킬수도 있다. 그리고 그 위험한 하루를 깔금하게 잊을수도 있음을 말이다. 300원짜리 자판기 커피한잔에 자신의 상황을 달래야하는 이 빌어먹을 형편이 개탄스럽겠지만 '달래는 뭔가'가 있는게 좋다. 그렇다고 그 곳에서 커피를 직접 내려서 먹겠는가? 

 

ps) 기본적으로 <냉온수기>와 <정수기>가 주 '수분' 공급원인데 정수기가 있는 곳을 택하길. 냉온수기는 순간순간 물이 없을 경우가 1년에 1-2번 있다. 물마저 제때 못 먹는것만큼 사람 환장하는 경우가 없다.

 

 

10.  스카이라이프.. 이거 없으면 미친다.

 

 

장기 투숙객들만이 알 수 있다. 오래 살다보면 고시원 휴게실에 아침부터 저녁까지 그냥 홀로 있을때가 있다. 왜인지는 모른다. 그냥 몸이 아무것도 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또 그날만큼은 '방'에는 있기 싫다. 그렇다고 외출할 에너지는 원래부터 없다. 그렇게 하루를 멍하게 보내고 싶을때가 있다.

 

유치하지만 텔레비전은 가장 좋은 친구다. 스카이라이프처럼 채널이 많으면 리모컨을 들고 있는것만으로도 세상을 다 가진것 같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다보면 그래도 약간의 충전은 된다. 별 중요하지 않는 요소라고 생각하겠지만 오래 살 사람이면 꼭 체크해보도록 한다. 요즈음은 '방'에다 설치를 많이 하는데 이럴 경우도 40개 채널 이상의 케이블이 확보되었는지 확인하길 바란다. 아니 고시원에 살면서 별 이상한 것에 관심을 가진다고? 무슨 소리냐. 자신이 살아가는 것을 이해할 가장 소중한 친구가 바로 그 녀석이 될 지 모른다. 채널이 많으면 그만큼 친구가 많아지는 것이다. 고시원은 원래 이런 곳이다.

 

 

 

위에서 언급된 것은 고시원 라이프의 아주 사소한 것이다. 고시원 장기간 투숙자라면 그들만이 알 수 있는 여러가지 변수들을 몸으로 체험했을 것이다. 그만큼 고시원은 신기한(?) 곳이다. 작은것에 집착하고 그것에 목숨을 건다. 그런 상황에 처한 사람이 모인다. 결론은 "고시원은 하루 빨리 나가야 되는 곳"이라는 것이다. 얼른 돈 많이 벌어서 꿈에도 그리던 '원룸'생활 꼭 성공하시길 바란다.

 

ps) 지금까지의 상황은 생계형 고시원 생활자들과 관련 될 것이다. 정말 고시공부를 하시기 위해서 일부러 고시원을 선택하신분이라면 약간은 이질적인 이야기일수도 있을 것이다.

 

by och7896(20080807)

출처 : http://blog.daum.net/och7896/6259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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