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운하는 결코 청계천이 아니다
홍종호 한양대학교 경제금융대학 교수
<생태지평>은 '이명박 발 경부운하, 축복일까 재앙일까'라는 주제로 <오마이뉴스>와 공동으로 심층기획기사를 <오마이뉴스>에 내보내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 이명박 전 서울시장 캠프에서 경부운하 관련 정책자문 역할을 하고 있는 곽승준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가 최근 반론문을 보내왔고, 이에 대해 홍종호 한양대학교 경제금융학과 교수가 재반론문을 보내와 이를 전재합니다. 건전한 토론을 위해 다양한 반론과 재반론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편집자 주>
▲ 지난해 11월 포럼 '한반도대운하 국운융성의 길'에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인사말을 마친 뒤 웃으며 연단을 내려오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이명박 전 시장의 대선을 향한 제1호 공약, '경부운하' 논란이 한창이다. 이 전 시장은 그동안 각종 인터뷰를 통하여 경부운하가 가져올 국운융성 효과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쏟아냈다. 최근에는 이 전 시장 선거캠프에 직간접적으로 간여하고 있을 것으로 짐작되는 몇몇 전문가들이 '경부운하 띄우기'에 가세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 대표적인 학자가 최근 <오마이뉴스>에 반론을 제기한 곽승준 고려대 교수이다. 곽 교수는 이미 공식적으로 이 전 시장의 선거캠프에 참여하는 전문가로 수차례 언론을 통해 이름이 공개되었기에 그의 발언은 단순히 개인의 의견이라고 할 수 없다. 그의 생각이 유력한 대권후보인 이명박 전 시장의 대선공약에 반영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대한민국 건국 이래 단일 국책사업으로는 가장 많은 돈이 들어가는 경부운하 계획을 지지하는 학자이기에 그의 주장에 대해 조목조목 따져보고 객관적인 정책검증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경부운하'를 '한반도 대운하'라고 부르는 이유는?
먼저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이 있다. 이명박 전 시장이나 선거캠프의 전문가들이 '한반도 대운하'라는 다분히 정치적 용어를 사용하는 것 자체를 굳이 문제삼고 싶지 않다. 어차피 대선용 조어(造語)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반도 대운하'라는 말을 쓰기 위해서는 경부운하만이 아닌 호남운하 등, 남한의 4대강을 모두 인공수로로 연결하려는 구체적인 계획이 나와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물동량이 오가는 경부축에 만들고자 하는 경부운하만 해도 운하를 이용할 물동량이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 곳곳에서 제기되는데, 호남운하에 대해서는 어떠한 구체적인 복안이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실제 곽승준 교수의 반론을 읽어보면 '한반도 대운하'라는 정치적 표현은 계속 쓰면서도 호남운하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다. 아마 호남운하의 경제적 효과에 대한 주장을 펴다 보면 더 많은 비판에 직면할 것을 우려한 것이 아닐까 싶다.
책임있고 진지한 학자라면 호남운하를 포함하여 한반도 대운하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계획의 경제적, 환경적 타당성 여부에 대해 국민과 전문가들에게 납득할 만한 근거를 제시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대규모 국책사업, 다시 찾아온 대선의 사탕
▲ 지난 2월 한반도 대운하 토론회에서 발표됐던 영상.
나는 경부운하 계획을 '이명박 전 시장의 치명적 유혹'이라고 명명하고 싶다. 정치인으로서 대규모 국책사업을 선거공약으로 내놓는 것은 언제나 달콤한 유혹으로 다가온다. 우리는 이미 과거의 대선과정을 통해 이를 누누이 목도하여 왔다. 새만금사업이 그러했고, 경부고속철도가 그러했다.
선거과정을 통해 국책사업의 타당성 여부에 대한 경제논리는 정치논리로 쉽사리 변질되고, 그 와중에 정치인들은 특유의 동물적 감각으로 건설사업이 물어다 줄 유권자들의 표를 꿰뚫어 보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청계천 특수'를 누린 이 전 시장으로서는 또 하나의 거대 프로젝트를 가동할 유혹을 뿌리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경부운하는 이명박 전 시장의 대선가도에서 그의 발목을 잡을 치명적 패착이 될 가능성이 있다. 경부운하는 결코 청계천이 아니다.
청계천에 대한 시민들의 호응은 그만큼 깨끗한 환경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늘었음을 반영하는 것이다. 하루 3000 가정에 공급할 전력량을 매일 사용하여 끊임없이 강물을 퍼 올려야 하는 인공 시설물임에도 말이다.
경부운하는 정반대이다. 지난 10여년간 20조를 퍼부어 그나마 수질을 지금 정도로 유지한 한강과 낙동강을 오물로 만드는 사업이다. 수도권과 영남권 3000만명의 식수원을 못 쓰게 만드는 사업이다. 환경을 살리는 사업이 아닌 환경을 죽이는 사업이다.
그렇다고 거대한 경제적 효과를 기대할 사업도 아니다. 운하를 이용할 물동량이 없는데 어떻게 내륙 항구가 생기고 물류기지가 곳곳에 들어선단 말인가.
19세기형 물류수단이 21세기 글로벌 지식경제를 지향하는 대한민국의 경제현실에 적합할 수 없다. 한국경제의 위기를 고민해야 하는 중차대한 시점에 "운하를 만들면 인라인 스케이팅을 타고 서울에서 부산까지 갈 수 있다"는 안이한 현실인식이 안타깝기만 하다.
경부운하는 청계천과 다르다, 정반대다
곽승준 교수는 이명박 전 시장의 정책참모로서 경부운하가 갖는 치명적 문제점에 대해 보다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조언을 아끼지 말았으면 한다. 그것이 궁극적으로는 이 전 시장의 대권 도전에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의도되었든 의도되지 않았든, 곽 교수 본인도 명백한 오류가 포함된 부풀리기식 연구결과를 제시함으로써 경부운하의 경제적 타당성을 확보하려는 태도는 지양했으면 한다. 해당 분야에서 권위를 인정받는 전문가나 기관의 객관적 검증을 통해 금방 드러날 연구상의 문제점을 감수하면서까지 경부운하의 정당성을 계속 주장하는 모습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곽 교수가 동의할 수 없다면 경부운하의 타당성 검증을 위한 공개토론회에 나는 언제든지 참석할 용의가 있음을 본 지면을 통해 밝히고자 한다. '끝장토론'이라는 표현은 이럴 때 쓰는 게 아닐까 싶다.
다음은 곽승준 교수의 반론에 대한 사안별 재반론이다. 반론 자체가 새로운 내용은 없이 그간의 주장을 반복, 강조한 정도이므로 일일이 자세하게 대응하여 쓸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쟁점사항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본 재반론 글에 첨부되어 있는 토론회 발표자료 (홍종호, '경부운하 경제적 타당성의 허구', 한국육수학회 창립 40주년기념 특별 학술심포지움, 한국프레스센터, 2007년 4월 11일)를 참조하기 바란다.
운송수단 선택 기준, 비용만이 아니다
▲ 독일 마인-도나우 운하 물동량(1992-2006).
ⓒ 독일 연방수로국 뉘른베르크
[곽승준 교수 주장①] "한반도 대운하를 반대하는 측들은 한반도 대운하가 얼마나 많은 물동량을 처리할 것인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제기는 기우에 그칠 것이다."
[반론] "경부운하 건설에 따른 물동량 전환효과는 거의 없을 것이다. 곽승준 교수는 별도의 토론발표를 통해 경부축 서울-부산 물동량의 80%가 경부운하를 통해 소화된다고 주장했지만 어불성설이다. 수많은 운하를 개발하여 사용하고 있는 독일의 경우에도 모든 독일 내 운하를 통한 물동량 처리 비중은 13%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항공은 제외하고 트럭·기차·운하만 비교한 수치다. 금방 감이 오지 않는가?
경부운하의 물동량 예측은 경제적 타당성을 이해하는 핵심 키워드이다. 곽승준 교수도 경부운하의 경제적 가치를 추산하면서 물동량 전환에 따른 부가가치가 전체 항목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계산했다. 경부운하 사업 자체가 그 본질은 사회간접자본의 확충이므로 물동량 부분에 대해서는 자세한 검토가 필요하다.
먼저 화주들이 운송수단을 선택하는 기준은 운송비 뿐만 아니라 운송시간과 정확성이라는 사실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운하는 소위 이동성(동시에 많은 물량 수송)은 좋으나 접근성(최종 목적지에 근접할 수 있는 정도)은 가장 떨어지는 운송수단이다. 트럭으로는 두 세 단계면 이루어지는 운송절차가 운하로 오면 10단계에 걸쳐 이루어지게 된다. 그 전 과정을 모두 따져서 운송비를 산정하는 것이 맞는 방식이다.
빠르고 가볍게 나르는 세상, 느리고 무겁게 나르는 운하
무엇보다 운하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부분은 운송시간이다. 이명박 전 시장이 경부운하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고 있는 마인-도나우 운하의 경우 총 연장길이 171㎞를 바지선이 지나가는데 만 24시간이 걸린다. 유럽에서도 운하 관련 기술이 손꼽히는 독일의 경우이다.
경부운하의 총 연장길이는 550㎞. 마인-도나우 운하의 운행속도를 그대로 따라간다고 해도 최소 72시간, 즉 만 3일이 걸린다는 얘기다. 게다가 복잡한 운송절차를 감안한다면 부산항에 들어온 컨테이너가 서울의 최종목적지에 도착하는 데까지 최소 100시간은 걸릴 것이라는 게 운송업에 종사해 온 현장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생각이다.
또한 이 전 시장 캠프의 전문가들 계획으로는 문경새재를 넘어가기 위해 25㎞ 짜리 터널을 뚫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양방향 이동이 가능한 터널을 뚫을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없다. 일방통행만이 가능하다면 배는 반대방향에서 오는 배가 다 지나갈 때까지 마냥 기다려야 한다. 시간은 더욱 지체될 것이다.
한 마디로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품목이나 수입품목 중 운하를 이용할 물동량은 거의 없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휴대폰은 비행기로 나른다. 수입 컨테이너는 운송 전 과정을 넉넉히 따져도 부산에서 서울까지 10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 도로를 이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벌크 화물은 어떤가? 조사해 본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주력 시멘트회사는 연안에 많이 위치하고 있어 해상운송을 통해 물류기지로 이동 후 옮겨지기 때문에 경부운하를 이용할 가능성은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떤 운송수단을 사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결국 화주들의 선택에 달려 있다. 시장에서 무엇이 선택되느냐를 관찰하는 것은 경제학의 기본 중의 기본이다. 왜 지금도 운임이 더 싼 기차를 놔두고 트럭을 통해 물건을 실어 나르겠는가? 도로가 더 경쟁력이 있다는 명백한 증거이다.
높은 물류비가 문제가 된다면 총체적인 물류시스템을 보다 효율적으로 개혁함으로써 비용을 낮추어야 할 것이다. 이미 물류전문가들이 적지 않은 대안과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왜 운하와 같은 과거회귀적 운송수단을 그 대안으로 들고 나오는지 모르겠다. 세상은 '더 빠르게, 더 가볍게'를 지향하고 있는데 운하는 '더 느리게, 더 무겁게'로 돌아가는 것이다.
자동차 배기가스 감소? 물동량이 없을텐데
[주장②] "도로운송을 운하로 대체하면 자동차 배기가스 감소로 지구온난화와 같은 환경위기에 대처한다는 의미도 중요하다. 한반도 대운하가 내륙지역의 산업발전을 통하여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면서, 국민들의 여가생활을 위한 공간을 제공하는 삶의 질을 개선시킨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한반도 대운하의 비용 대비 경제적 효과는 본인이 연구한 2.3배보다 더 클 것이다."
[반론] "경부운하의 환경적, 경제적 효과를 주장한 내용이다. 먼저 환경적 효과부터 살펴보자.
지구온난화에 대처하는 방법으로 운하를 제안하였는데, 문제는 운하 물동량이 없다는 것이다. 물동량 전환이 없는데 배기가스가 감소할 이유가 없다. 무엇보다도 마치 트럭이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것처럼 설명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다.
지구온난화를 야기하는 대표적인 오염물질인 이산화탄소는 전력부문을 포함한 산업부문에서 전체의 60%가 발생한다. 수송부문의 비중은 20% 정도이다. 그 중에서도 화물차는 2006년 말 현재 차량대수의 19.7%를 차지한다. 화물차의 이산화탄소 배출 비중은 개략적으로 전체의 4% 정도라는 말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저감하려는 국가적 노력,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그 일차적 대상은 산업부문이 되어야 한다. 산업부문의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고 산업구조를 환경친화적으로 전환하여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 전문가를 동원하지 않더라도 이미 상식 수준에서 알고 있는 내용이다.
100원으로 230원 번다? 30원 이상 못 얻는다
▲ 베를린 운하의 한 구간 모습. 거의 전 구간에 걸쳐 시멘트로 제방을 쌓았다.
ⓒ 생태지평 장지영
다음으로 곽승준 교수가 주장하는 운하 건설에 따른 산업파급효과에 대해 생각해 보자. 산업파급효과를 30년간 11조 7천억원으로 추산, 전체 부가가치의 31.2%를 차지하는 것으로 보았다. 그리고 이것을 비용 대비 편익계산에 포함시켜 비용보다 편익이 2.3배 큰 것으로 추정하였다. 일견 그럴 듯해 보이나 틀린 분석이다.
조금 전문적 얘기이긴 하나 산업파급효과, 고용창출효과 등은 경제성 분석에서 소위 간접편익으로 분류하는 항목들이다. 그런데 이러한 간접편익은 계산을 해볼 수는 있으나 그 추정치가 갖는 불확실성이나 이중계산 가능성 등을 감안하여 비용편익 비율 계산에는 포함시키지 않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이 분야의 가장 권위있는 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공공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분석 지침서 146쪽에 나와 있는 내용이다.
내가 알기로 곽승준 교수는 KDI의 예비타당성 사업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 그 당시에도 산업파급효과, 고용창출효과 등을 비용편익 비율에 포함시켜 경제성 분석을 하고 비용편익 비율을 구했는지 묻고 싶다.
내가 별도의 연구를 통해 경부운하에 대한 비용 대비 편익의 규모를 구해본 결과, 100원을 투입하면 아무리 많아도 30원 이상을 절대 얻어낼 수 없는 사업인 것으로 판명났다. 다양한 가정에 따라 시나리오별로 분석해 보았을 때 적게는 심지어 100원 투입에 5원밖에 얻지 못하는, 해서는 안 될 사업으로 나타나기도 하였다.
곽승준 교수는 경부운하가 100원 투입에 230원을 가져다 주는 엄청난 사업인 것으로 주장하고 있는데, 누구의 결과가 경제이론과 경제적 타당성 분석의 기본절차에 보다 부합하는 것인지 나는 언제든지 제3의 객관적인 기관이나 전문가로부터 검증받을 용의가 있다.
이러한 연구방법론상의 오류와 과장을 지적하지 않더라도 산업파급효과라는 것은 사실상 물동량의 종속변수이다. 앞에서도 밝혔듯이 운하를 통한 물동량이 없는데 내륙도시에 공업단지가 들어설 이유가 없다. 서비스 산업이 내항을 중심으로 번성할 이유도 없다. 산업파급효과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결국 이 사업은 운하가 계획되고 있는 해당 지역 주민들의 땅값 기대심리에 기대고자 하는 전형적인 인기영합주의 포퓰리즘 공약에 다름 아니다. 해당 지역 주민들은 물론, 우리 국민 모두가 이 부분을 정확히 인지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3000만명 취수원 망가지면, 수돗물은 어디서 가져오나
[주장③] "무엇보다도 한반도 대운하 사업은 환경개선사업이다. 떨어져 나온 작은 빙산 위에서 안절부절 못하는 커다란 북극곰의 사진이 상징하듯 온난화현상은 전 지구 차원의 문제이다. 기온상승과 이상기후를 야기하는 지구온난화현상을 막아내기 위해서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이 급선무이다. 환경부의 통계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전체대기오염 물질의 35% 이상을 자동차가 배출하고 있으며 특히 일산화탄소의 경우 80% 내외 정도가 자동차에 의해 배출되고 있다. 이중 절반이 화물운송 트럭에 의한 것이다.”"
[반론] "경부운하가 환경개선사업이라고? 수질문제 등을 얘기했으므로 다시 반복하지 않겠다. 다만 우리 국민 3000만 명의 취수원이 망가지면 어디서 수돗물을 확보할 것인지, 대안은 마련하고 있는 것인지 정말 심각하게 묻고 싶다.
그 다음으로 지구온난화 주장을 다시 하고 있다. 그런데 인용한 수치들이 왜곡되어 있다. 전반부에서는 이산화탄소 얘기하다가 뒤에 가서는 전체 대기오염물질에서 자동차가 배출하는 비중을 논하고 있고, 심지어는 뜬금없이 일산화탄소 운운하고 있다.
나는 곽승준 교수가 어떤 오염물질이 기후변화를 야기하는 주범인지 모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러한 식의 수치인용이 단순한 실수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지구온난화를 논하고 싶다면 이산화탄소 총발생량에서 트럭이 차지하는 비중을 얘기해야 할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위에서 썼기 때문에 반복하지 않겠다.
진정 자동차 대기오염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한다면 대도시를 중심으로 한 미세먼지와 오존문제를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것이다. 그 대표적인 해결책의 하나는 대중교통수단의 확충을 통한 자가용 이용 감소가 될 것이다. 이미 수도권대기질종합대책을 통해 수도권의 심각한 대기오염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정책적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 운하 건설에 따른 오트마링지역 습지 변화. 왼쪽 사진이 건설 전의 살아있는 습지고, 오른쪽 두 개의 사진은 건설 후의 말라죽은 습지다.
ⓒ 트라페 1996
골재 판매 수입 8조? 모래 수요가 왜 급증하나
[주장④] "한반도 대운하 건설로 채취되는 골재의 판매수입은 총 8조원 이상으로 추산되었다. 이것은 임의로 산정한 것이 아니라 정부기관과 국책연구소의 자료를 바탕으로 계산한 것이다."
[반론] "골재 얘기는 그 동안 워낙 많이 얘기해 왔기 때문에 더 하고픈 마음도 없다. '강바닥에 금맥이라도 있나'라는 독일 관계자의 말이 딱 맞는 말이다. 운하건설 과정에서 나오는 모래로 8조원 이상의 수입을 올린 사례가 전 세계적으로 있는지, 혹시 내가 모르고 있는 사실이 있는지 묻고 싶다.
곽승준 교수의 계산법을 보면 골재항목으로 정확히 8조 3432억원을 비용편익 비율에 편익으로 포함시켰다. 엄청난 규모이다. 이 수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얘기는 경부운하 건설 첫해 팔억 루베(㎥) 이상의 골재를 캐내어 시장에서 루베당 1만원에 모두 팔아야 한다는 의미이다.
우리나라 모래 수요는 2006년 기준으로 1억 루베이다. 어떻게 갑자기 골재 수요가 한 해에 8배 이상 증가할 수 있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또, 엄청난 양의 골재가 시장에 한번에 쏟아져 나오는데도 가격은 떨어지지 않아야 한다.
학부 1학년 수준의 경제학 지식으로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기초적 내용을 곽승준 교수가 모를 리 없다. 아마도 골재를 분할해서 몇 년간에 걸쳐 판매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은데, 이 경우 편익을 계산하려면 당연히 할인율을 적용해서 현재가치화해야 한다. 왜 이를 무시하고 전액 편익으로 잡아서 값을 부풀렸는지 알고 싶다.
게다가 적용가격도 최종 시장가격을 기준으로 해서는 안 된다. 경제성 분석을 할 때는 부가가치 기준으로 해야 맞다. 이 역시 KDI 지침서에 자세히 나와 있고, 곽승준 교수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으로 짐작한다. 따라서 루베당 10000원에서 생산 및 운송비 약 4000원을 차감한 6000원 정도를 적용해서 편익을 계산해야 한다. 이것만 해도 경제적 타당성 분석에 있어 골재편익의 반 정도는 당장 줄어드는 셈이다.
과연 그 만한 양의 골재가 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골재량과 관련하여 곽 교수가 인용한 자료들은 이미 10년에서 20년 가까이 된 보고서들이다. 각각의 보고서에 경부운하 노선에 묻힌 골재를 따로 계산했을 리가 없는데, 보고서의 어느 부분에서 골재량을 인용하였는지 궁금하다. 혹 하천골재 부존량 전체를 말한 것이 아닌가라는 의심도 든다.
1998년 국토연구원이 연구한 자료에는 운하사업을 통해 한강과 낙동강에서 채취가능한 골재량이 제시되어 있다. 약 1억 6천만 루베이다. 곽 교수가 제시한 팔억 루베와 차이가 많이 난다. 혹시 최근 자료를 갖고 있는 것이 있다면 꼭 알려주었으면 한다."
30만명 일자리, 유효기간은 4년
▲ 마인-도나우 운하를 운행하는 주요 화물선.
ⓒ 생태지평 장지영
[주장⑤] "본인의 연구에 따르면 가장 최근 자료로서 한국은행에서 2003년 작성한 2000년 산업연관표를 토대로 건설 산업의 산업연관분석을 실시하여 한반도 대운하 건설에 따른 고용창출효과를 계산했다. 산업연관표는 일정기간 동안 국민경제 내에서 발생하는 재화와 서비스의 생산, 처분과 관련된 모든 거래내역을 일정한 원칙과 형식에 따라 기록한 종합적인 통계표이다."
[반론] "곽 교수께서 '문제가 있다면 한국은행에 가서 이의제기를 하라'고 할 정도니 이 부분에 대한 계산은 자신있는 듯하다. 곽 교수의 계산을 존중하여 건설산업에 따른 전후방 산업연관효과를 감안하여 고용창출효과를 30만명으로 잡은 계산 자체에 이의를 달지는 않겠다. 문제는 이 30만명은 건설기간 중에 발생하는 고용인원이라는 것이다.
이명박 전 시장은 경부운하를 4년 정도면 끝낼 수 있다고 하니(놀랍지 않은가? 독일의 마인-도나우 운하는 171㎞ 만드는데 32년이 걸렸고, 5㎞ 길이의 청계천도 32개월이 걸렸음을 상기해 보자) 30만명 고용창출은 건설기간이 지나가면 없어지는 일자리이다. 물론 지금처럼 일자리가 없는 열악한 경제환경에서 건설 일자리 창출도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작금의 심각한 청년실업문제는 오래가는 고부가가치형 일자리를 창출함으로써만 해결될 수 있다. 정규직 일자리를 간절히 바라는 구직자들에게 유효기간 4년짜리 일자리 창출로 실업문제가 해결된다며 생색내는 것은 좀 과하지 않은가.
또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사항은 30만명 일자리는 경부운하를 건설할 때만 생기는 일자리는 아니라는 사실이다. 곽 교수가 사용한 산업연관분석은 건설산업이 가져오는 고용창출효과를 계산한 것이다.
비단 운하 뿐 아니라 철도나 항만건설 사업에서도 동일한 수치가 적용된다. 따라서 경제학자로서 곽 교수께서는 운하사업을 감싸기에 앞서 '같은 재원이 있다면 어떤 SOC 사업에 투자하여 고용을 창출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한가'와 같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이미 앞에서도 밝혔듯이 나는 오늘날 우리 경제가 처한 상황을 보건데 운하건설은 대한민국 경제나 물류시스템에 도움을 주는 대안이 될 수 없다고 확신한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경부운하 옹호론자들이 자주 인용하는 독일의 사례를 살펴보았다. 실제 독일에서 운하 덕에 생겨난 일자리가 얼마나 될까.
마인-도나우 운하의 경우 갑문조작, 시설유지 및 운영 등을 위해 현재 총 380명이 고용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각보다 매우 작다. 또, 독일 전체 내륙수로를 운행하는 화물운송선과 관련된 고용인원은 선박종사자와 지상근무자를 합쳐 7612명으로 추산되었다. 이 역시 확실한 일자리 창출을 기대했던 분들에게는 실망스런 수치일 것이다. 결국 운하는 직접적인 고용유발이 큰 사업이 아니다."
20조원 투자하면 포항공대 10곳 만들 수 있다
[주장⑥] "우리나라의 경제구조와 지리적 여건을 볼 때, 수송시간과 비용에서 운하보다 더 효율적인 대안이 있는가? 부존자원이 부족하고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룩한 우리나라에서 한반도 대운하야말로 효율적인 자원분배의 해답이라고 생각된다."
[반론] "또 다시 경부운하 예찬론을 충분한 근거 없이 주장하고 있다. 연안운송은 큰 배의 경우 20여 시간, 바지선의 경우 30시간 정도로 서울-부산간을 이동할 수 있기 때문에 경부운하보다는 훨씬 빠르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런데도 유일하게 남아있던 연안운송업체마저 작년에 사업을 포기하였다.
그 이유는 단 하나, 경제성이 없다는 것이다. 물동량이 확보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도로이용을 통해 물류를 운송하겠다는 것이 현장에서의 화주들의 한결같은 생각인데, 연안운송사업조차 안 되는 여건하에서 갑문을 십수개 통과해야 하는 운하를 이용할 화주가 어디서 나타날 것이라는 말인가? 암만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운하를 만든 후 모든 화주로 하여금 강제적으로 운하를 이용하게끔 하는 특별법을 제정하지 않는 한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운하건설비 15조~20조는 엄청난 돈이다. 그나마 곽승준 교수는 SOC 사업의 경제성 분석에 기본적으로 포함되어야 할 유지관리비마저도 비용항목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통상 건설비의 1.5%를 유지관리비로 잡는 것이 일반적이나, 운하사업처럼 매번 홍수 때마다 밀려 내려올 엄청난 양의 토사를 다시 거두어내는 작업을 끊임없이 해야 하는 경우에는 다른 사업보다 유지비용이 더 많이 들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이렇게 큰 돈이 있다면 한국경제의 발전을 위해 훨씬 더 바람직하게 사용할 곳을 찾아서 투자해야 한다. 20조원이면 포항공대와 같은 대학을 10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교육·과학·복지 등 투자할 곳은 너무도 많다. 이명박 전 시장과 곽승준 교수는 사용하지도 않을 운하 대신 대한민국의 선진화를 위해 좀더 미래지향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남은 대선기간 동안 이명박 전 시장으로부터 '물길이 통하면 인심이 통한다'와 같은 구호성 멘트(마치 인심이 통하지 않아 우리나라에 지역감정이 있다는 것처럼 들려 불편하기만 하다)가 아닌 경제발전을 위한 생산적이고 실질적인 대안을 들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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