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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풍파/인간사 새옹지마

(12/19) 세속으로부터의 은퇴 - 이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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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속으로부터의 은퇴

잘 있거라

어두워지는 세속


빌어먹을

순수여


썩어 문드러진 사랑이여


과거에서 멎어 버린


광장의 시계탑

찢겨져 펄럭거리는


이념이여


녹슨 양심이여


플라스틱 꽃이여


텅 빈 머리 속에


마른 모래만 서걱거리는


젊음


위선의 빵덩어리에


버터처럼


번들거리는 지성이여


벙어리 목탁이여


타락한 십자가여


이제 한 해는 저물고


나는


쓸쓸히


원고지 속으로 들어간다


잘 있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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