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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만원 세대’ 지은이가 20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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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만원 세대’ 지은이가 20대에게

기사입력 2008-05-16 14:46

[‘광장’이 그대 향해 열려 있다]

졸저 <88만원 세대>를 준비하면서 상당히 많은 40~50대들과 또다른 20대들에게 지금 한국의 20대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이들 중 좌파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20대를 증오하거나 혐오했다. 그들은 민주주의 운동을 승계하지 않는다고 20대를 증오하는 것 같았다. 우파들도 20대들을 미워했는데, 어느 사장이 했던 말을 그대로 전달하면 “싸가지가 없다”라는 것이다.

객관적으로 20대에게 공통으로 적용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사실은, 이들이 1998년의 아이엠에프 경제위기 이후에 사회에 진출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 사이에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포디즘은 사라졌고, 한국 경제 도약의 조직론적인 기반이 되었던 일본식 연공서열제가 사라졌다.

경제사회적인 면이나 문화적인 변화 속에서 지금 한국의 20대는 정부나 공공기관에 취업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55.1%, 대기업에 취업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20.5%, 그리고 창업하고자 하는 사람이 19%, 마지막으로 중소기업에 가고 싶어 하는 사람이 5.4%로 나타난다.

이 희망이 그대로 실현된다면 한국은 이상적으로 공공 부문이 강화되어 절반 정도의 국민이 공공 부문에서 살고, 대기업에는 20% 정도가 중산층 정도로 살아가고, 19%는 크든 작든 창업을 통해서 새로운 ‘기업가 정신’을 갖추게 되고, 5% 정도가 중소기업에서 자신의 삶을 구현하게 된다. 만약 이 숫자 그대로 국민경제가 구현된다면, 한국은 천국이 될 것이다.

그러나 아마 국민경제의 미래가 이렇게 전개되지는 않을 것 같다. 공공성은 심각한 위기에 처할 것이고, 대기업에서는 ‘고용 없는 성장’에 익숙해져 더는 ‘단단한 직장’을 제공하지 못할 것이고, 19%의 창업을 희망하는 20대도 그들이 원하는 창업의 기회를 제대로 가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창업과 취업, 두 가지 모두 20대에게 희망적인 경제정책을 지금 한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지는 않다.

시장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 균형에 도달한다는, 경제학의 금과옥조 같은 첫 번째 법칙에서, 수요, 즉 demand는 ‘요구’라는 의미에서 출발한 단어이다. 계층·세대·직업·젠더와 같이 한 사회의 구성원을 구분하는 여러 방법 중에서 ‘정책적 요구’가 가장 미약한 주체가 바로 ‘20대’라고 부를 수 있는 한 특정한 세대인데, 쉽게 표현하면 일종의 ‘죄수의 딜레마’에 갇혀 있는 주체라고 할 수 있다. 아프면 “아프다”고 말하는 것이 바로 이 정책적 수요의 출발인데, 개별적으로는 한국의 20대는 “힘들어 죽겠다”라고 말하면서도 전체적으로 물어보면, “우린 괜찮아요”라고 말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이유로 정책이 움직이지 않고, 20대를 위해서 사회적 자본이 움직이지 않는다. 서로 소통하며 그 속에서 서로의 신뢰를 만드는 과정과 지금의 불균형을 시정하는 사회적 과정은 사실 같은 과정이 아닐까?

이를 위해 여러 방법이 있을 텐데 하나 특징적인 것은 20대는 광장을 사용하는 법을 잘 모르는 것 같다. 한국에서 역대로 정치인들이 가장 무서워한 것은 ‘광장에서의 소통’인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명박 대통령도 광장은 무서워하는 것 같다. 어떤 소통양식을 사용할 것인지, 어떻게 이 돌파구를 풀 것인지, 선택은 열려 있는데, 어쨌든 한국에서 가장 효율적이고 강력한 소통양식은 여전히 광장이다. 골방, 고시원, 도서관, 인터넷, 취업, 이렇게 20대의 특징적 단어 사이에 광장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어떻게 될까? 나는 ‘광장의 재발견’이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다. 딱 정책 기조가 바뀔 만큼만 광장을 사용할 줄 알게 되면, 개개인의 운명도 변할 것 같다.

우석훈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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