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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 꾸러미/와인 이야기

진판델과 템프라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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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판델과 템프라니오

와인의
맛을 결정하는데는 세 가지 요소가 있다. 포도의 종(grape variety), 떼루아(terroir) 그리고 양조의 기법이다. 이 가운데서도 무엇보다 결정적으로 와인의 맛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포도의 종이라 할 수 있다. 탄닌이나 산의 함유 정도에 따라, 또는 감미의 정도에 따라 그 품종으로 빚게 되는 와인의 맛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런 뜻에서 우리들은 와인의 풍미를 제대로 알기 위해 포도 종의 속성을 알아야 한다. 창간호 이래 연재되어 왔던 본 학습 칼럼이 잠시 멈추었던 일이 있었지만 다시 이를 복원, 연재함으로써 와인 학습에 이바지하고자 한다.

화사한 빛깔을 지닌 진판델(zinfandel)

진판델은 캘리포니아의 포도 종이다. 지구상의 숱한 포도종이 그들 종의 번식을 서둘고 있는 형편이나 진판델은 꼭 그렇지만은 않는 듯 하다. 이 포도 종은 거의 대부분이 캘리포니아의 토종으로 착각될 만큼 이 땅에서만 번성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이외의 지방에서는 극히 제한적으로 또는 실험적으로 미 서부의 몇몇 주와 남아공, 호주, 그리고 프랑스 론 지방에 국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종이 캘리포니아로 오게된 것은 포도재배의 선구자 중 한 사람으로 알려진 하라치(Agoston Haraszthy)가 20세기 그의 고국 헝가리에서 가져온 데서 비롯된다고 한다. 사실 진판델의 고향은 이태리로 알려져 있다. 이태리 남부에서 서식하는 프리미티보의 종(primitivo grape)으로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프랑스와는 하등의 인연이 없는 종이기도 하다.

진판델은 분명 캘리포니아 와인 가운데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익은 딸기에서 맡을 수 있는 풍부한 방향, 높은 알콜과 감미를 얻는데 필요한 많은 함량의 포도당이 그 속에 함유되어 있어 그러하다. 이러한 포도 종에서 빚어진 와인은 풀바디드의 질감, 넉넉한 탄닌, 농익은 방향(intense flavor), 알맞은 산도(no shortage of acidity) 그리고 14%의 높은 알콜이 얻어지게 되는 것이다.
외양은 화려한 루비 빛깔을 띄우고 성숙도에 따라 그 빛깔이 변한다. 진판델로 빚은 와인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빛깔이 바랜 듯한 로제에서부터 진한 감홍색을 지니고 감미가 넘치는 포트 와인 스타일의 레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와인들이 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주된 와인에는 마시기 좋은 진판델의 화이트와 레드가 있다. 오늘날 몇몇 캘리포니아 명문들에 의해 이 포도 종은 최고의 명주를 양조하는데 이바지하고 있다. 한 마디로 이 와인은 마시기 좋은 와인이다. 누구나 별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다. 그러나 이 포도 종에도 경작의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늦게 그리고 골고루 익지 않으며 더운 지방에서는 수확이 조금만 늦어져도 묽어지는 귀부병 현상이 쉽게 찾아들기 때문이다.

깊은 맛을 전하는 템프라니오(tempranillo)

템프라니오는 스페인 토착 포도 종이다. 사실, 스페인은 이태리 못지 않게 토종(native grape variety)의 천국이라 할 수 있다. 이 가운데서도 스페인 최상의 와인을 빚는데 쓰이고 있는 포도 종이 템프라니오이다. 주로 이 나라의 북부 및 중앙지대, 그리고 포르투갈 일부에 분포되고 있다.
페네데스(Penedes), 리베라 델 두에로(Ribera del Duero), 라만차(La Mancha), 나바라(Navarra), 또로(Toro) 및 발데페냐스(Valdepenas) 등지의 와인 명산지가 바로 이 포도 종의 터전이기도 하다. 특성은 짙고 붉은 빛깔에 적정한 탄닌과 산성을 보이고 있다. 이 종으로 빚은 와인으로서는 스페인의 대표적인 와인 산지인 리오하(Rioja)의 레드가 있다. 템프라니오 종을 주 품종으로 하고 가르나차(garnacha) 또는 까리냔(carignan)과 블렌딩해서 빚은 술이다.

이 품종의 사실상 고향은 리오하이다. 이 곳에서 나는 붉은 와인은 감미가 깊게 배어있고 바닐라 향의 풍미가 넘쳐나기 마련이다. 달리 또 다른 스페인의 와인 명산지인 리베라 델 두에로에서도 이 포도 종으로 최상급의 와인을 양조하고 있다. 어느 면에서는 리오하의 것보다 한결 질감과 향이 더하며 색깔이 짙다. 이 포도 종에는 숱한 다른 이름들이 붙는다. 리베라 델 두에로에서는 띤또 피노(tinto fino), 또는 띤또 델 빠이스(tinto del pais)로 불리고 또로(Toro) 지방에서는 띤따 데 또로(tinta de Toro)라 일컫는다.
이태리에서는 네그레또(Negretto), 캘리포니아에서는 스페인 북부산지의 발데페냐스(Valdepenas) 지방의 이름을 그대로 따 부르기도 한다. 이웃 포르투갈에서는 띤또 로리츠(tinto roritz)라 한다.

이 와인은 다른 포도의 종과 블랜딩함으로서 새로운 정체의 와인을 만들고 있다. 즉 가르나챠(garnacha)를 위시해 까리냔, 까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등과도 블랜딩 되어 훌륭한 명주를 빚는데 이바지하고 있다. 색깔이 진하고 좋은 와인의 틀을 보이며 과실향의 방향이 배어 있어 스페인 최상급의 와인을 빚는데 쓰이고 있다. 혹자는 이를 가리켜 스페인의 까베르네 소비뇽이라고도 한다.

 [르서울 2003년 3 · 4월 통권1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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